[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고객들의 휴대폰 할부금을 유동화해 현금을 조달하면서 그 비용을 고객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통 3사가 올 1월부터 4월까지 단말기할부채권을 자산화해 발행한 유동화증권(ABS) 규모가 2조2000억원에 달했다. 단말기할부채권이란 개별 고객들이 할부로 구매한 단말기 대금을 묶어 채권화한 것으로, 이통사는 이를 기초자산으로 ABS를 발행하고 기관투자자 등에게 팔아 현금을 조달한다.
한 이동통신사의 단말기할부채권 구성 고객 명단. 이통사들은 고객들의 단말기 할부 대금을 묶어 채권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한다. 사진/금감원 전자공시
통신사가 발행하는 ABS는 신용등급이 AAA로 최상이다. 그만큼 이자도 낮고 발행 비용도 저렴하다. 통신사 ABS가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이유는 고객들이 모두 서울보증보험에 가입해 할부 대금을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고객이 할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서울보증보험이 대신 지급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고객들의 할부수수료로 충당한다는 데 있다. 현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연 5.9%, KT는 연 6.1%의 할부수수료를 받고 있다. 할부수수료의 2.9%가량은 보증보험료, 나머지는 할부 이자와 자금조달 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반면 이통사의 ABS 이자는 2년 만기 기준 1.8%대에 불과하다. 발행 비용도 조달 금액의 0.2%에 그친다. 보증보험료를 제외하고도 할부수수료가 이통사의 현금 조달 비용보다 1%가량 더 많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할부로 판매한 제품을 바로 현금화할 수 있어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 결국 단말기채권 유동화 비용은 고객이 부담하는데 유동화로 인한 이득은 이통사가 모두 가져가는 셈이다.
법적으로는 문제없다. 소비자들은 단말기채권 제3자 양도와 유동화 비용 부담에 모두 동의해야만 이통사에서 휴대폰을 할부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리점들이 할부수수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 자신의 휴대폰 할부 대금이 채권으로 유통되는지를 모르는 소비자들도 많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단말기 할부는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이통사들이 단말기채권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보고 있다”며 “이통사들이 막대한 불법 보조금을 뿌리면서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는 것도 현금 조달 능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한 이통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할부처럼 이통사 할부에서도 이용자가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고객들의 할부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