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유통업계가 기대를 걸었던 5월 황금연휴에도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앞둔 연휴를 맞아 각종 세일을 준비했음에도 기대했던 특수를 노리지 못했다. 유통업계는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추정하지만 최장 11일 간 이어지는 황금연휴 동안 해외로 떠나는 이들만 200만명을 훌쩍 넘는 등 사상 최대의 인파가 여행을 즐기느라 쇼핑을 할 여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부산 해운대 등 각 유원지에는 한달 전부터 숙박과 유람선 등 사전예약이 마감되는 등 인산인해를 이뤘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기존점 기준 전년동기대비 2.8%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심리지수가 6개월만에 기준선을 돌파한 101.2를 기록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황금연휴로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악의 황사가 덮치며 주말 외출을 꺼려 전년대비 소폭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경기, 인천, 강원 등 전국 12개 권역에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지난 6일의 경우 매출이 전년 같은 달 같은 주 토요일보다 5% 줄어들기도 했다.
1~6일 현대백화점의 매출도 기존점 기준으로 2.5% 신장하는데 그쳤다. 부문별로 보면 어버이날 선물 수요 등의 영향이 있던 해외패션과 여성패션이 각각 5.7%와 3.1%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른 더위와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전 매출은 28.5%나 급증하며 특수를 누렸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기존점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7% 신장했다. 여성의류(5.2%), 남성의류(4.6%), 아동(5.0%) 등 어버이날과 어린이날 선물수요가 있는 분야의 매출이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미세먼지 특수로 식음 장르 매출이 22.2% 증가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백화점 전체를 테마파크로 꾸미며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가족단위 고객들의 방문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업계는 지난달에도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매출이 역신장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4월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1.9%정도 줄었으며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매출이 전년보다 1.6% 적었다.
최악의 미세먼지와 함께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많아진 점도 내수 경기에는 악영향을 끼쳤다. 이번 황금연휴는 최장 11일로 이 기간 인천공항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은 최대 2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가전매장에서 고객이 공기청정기를 고르고 있다 . 사진/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