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규제에 발목잡힌 유통가의 '눈물'

입력 : 2017-05-09 오전 6:00:00
"규제를 철폐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
 
오늘 열리는 19대 대선에 나선 5명의 주요 후보는 공통적으로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고용, 창업, 노동 등에 대한 각 후보의 주장은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였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은행(WB)이 190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환경평가'에서 5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덴마크,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나라에 등극했다. 영국, 미국, 독일보다도 순위가 높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입을 모아 '기업하기 힘들다'는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정치논리에 따라 유통업계의 환경이 휘둘리는 일이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최대 7곳의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서울 양평점 출점 행사에서 만난 롯데마트 관계자는 "새로 문을 여는 매장은 실질적으로 두 곳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사회와 상생협약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가운데 누가 당선되든 앞으로의 유통환경이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 같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는 일제히 유통 규제 강화 공약을 내놨다. 복합쇼핑몰 의무 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대규모 점포 골목상권 규제 강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확대 및 출점 허가제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대선 주자들의 공약 뿐만 아니라 관련 법안도 이미 국회에 20건 이상의 발의된 상태다.
 
유통 규제 강화가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면서 유통업계는 미래 성장을 위한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생을 위해서는 대형 유통업체가 입점해 커지는 상권을 어떻게 나눠가지는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오히려 파이를 키우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유통시장에 대한 규제 뿐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직격탄을 맞은 롯데그룹과 K뷰티 기업들도 정치적 피해자다. 지난 두달간 사드 때문에 입은 롯데그룹의 매출 손실액만 5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은 기업 차원의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새 정부 출범만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기업활동은 우리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다. 기업이 안정돼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선순환하게 된다. 이 같은 환경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정치다. 한국도 정치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영업 전략과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환경마련이 절실하다.
 
산업2부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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