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감독의 영화 ‘강남 1970’. 197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친형제처럼 지내던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는 강남땅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에게 칼을 겨눈다. 영화 속 강남은 무허가촌의 작은 판잣집이 즐비하지만, 도시개발과 함께 황금알을 낳는 곳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40여년이 지난 지금 ‘강남’은 초고층의 빌딩 숲으로 뒤덮여 우리나라에서 ‘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참여정부 당시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강남의 부동산 시장이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우리나라 부동산 경기의 잣대가 됐다.
당시 강남에 지어졌던 최신식 아파트는 페인트가 벗겨졌고, 녹물이 줄줄 흘러나오면서 세월과 함께 흉물이 돼 버렸다. 하지만, 건물의 외형만 노후화됐을 뿐 ‘강남의 가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지난해부터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강남이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조금 과장하면 40년전 강남 개발과 비견될 정도다. 과거 지어졌던 주거 단지들이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강남이 재개발·재건축 등의 호재에 투기 현상까지 겹치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4개월 만에 강남구 0.43%, 서초구 0.47%, 송파구 0.37%의 집값이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상승률 0.04%와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올랐다. 지방의 부동산 시장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한 예로 지난달 충북의 한 지자체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1순위 청약자가 '0명'을 기록했다. 미분양이 쌓이고,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는 더욱 뚜렷하다. 미국발 금리인상, 입주물량 공급과잉, 조기대선 등 여러 악재도 강남의 부동산 광풍을 막을 수 없었다. 실제로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3차’ 전용 109㎡는 지난달 13억700만원에 거래돼, 11·3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 12억9000만원보다 1억원 넘게 팔렸다.
최근 금융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1인당 초과이익은 19억4986만원으로 부담금으로 9억3993만원을 내더라도 약 10억원의 차익이 남는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강남 불패’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보통 직장인들이 매월 275만원씩 30년간 꼬박꼬박 적금을 넣어야 모을 수 있는 큰 금액이다. 이 같은 이상 현상은 분명히 비정상이다. 이는 강남과 비강남의 부동산 양극화를 격화시키고, 지역간 대립구도가 확대되면서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또 부의 고착화를 가속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돼 사회를 갈라놓을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주거복지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도소득세 강화, 금융규제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도를 넘은 강남의 부동산 광풍이 확산되기 전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강남이 투기의 거점이 되면 안된다. 점점 커지는 거품이 어느 순간 터졌을 때 후유증은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