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차기" 언급 대선패자들, 다음 행보는?

홍 "당권도전"·안 "대권 재도전"·유 "백의종군"·심 "당무 복귀"

입력 : 2017-05-17 오후 4:33:2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역대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의 경우 정계은퇴에 내몰리거나, 재도전의 기회를 잡았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 대통령은 재수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등도 몇 차례 패배한 끝에 집권에 성공했다. 반면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연달아 패배한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2007년 대선에 출마해 또다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문 대통령과 대선에서 경쟁했던 각 당의 후보들은 현재 약간의 휴식기를 거치며 차기 대선을 위한 행보에 착수했다. 다만 역대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대선이 끝난지 10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일부 후보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당권 도전과 대권 재도전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대선 이후 미국으로 떠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 전 지사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있었다. 감옥에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나와 당권이나 차지해 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 참 가증스럽다”며 '친박(박근혜)'계 의원들을 두고 ‘바퀴벌레’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켰다. 향후 당권 경쟁에서 친박 세력과의 대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지사는 대선 이후 총 10여 차례에 걸쳐 자신의 입장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미국행이 단순히 휴식을 취하러 간 것만이 아님을 보여줬다. 지난 14일 미국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귀국하면 신보수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12일 미국으로 떠나면서 “잠시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뒤 단 이틀 만이다. 홍 전 지사는 이후에도 잇달아 글을 올리며 “한국의 보수주의는 신보수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한국당의 비전까지 제시했다. 그는 당분간 미국에서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복귀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지사에 밀리며 3위를 기록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대권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안 전 대표는 14일 지지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5년 뒤 제대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결선투표제하에서도 승리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재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15일 당직자들과 오찬 자리에서도 “다당제 하에서 치러진 대선에서도 전 세대, 전 지역에 걸쳐 고루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합리적 개혁을 바라는 분들이 많다는 표시”라며 “다당제 시도는 다시 국민의당 중심으로 더 크게 확산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당분간 대중과의 접촉면을 늘리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오는 18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 37주년을 맞아 광주를 방문해 감사 인사를 할 예정이다. 광주 방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한다. 대선 막판에 했던 ‘뚜벅이 유세’ 방식의 ‘국민속으로’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비공개 일정으로 선거에서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평당원으로 돌아가겠다”며 백의종군 의사를 밝혔다. 유 의원은 당분간 백의종군을 통해 평의원으로서 ‘개혁보수’라는 당의 창당 이념을 실천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유 의원은 이날 목포신항을 방문해 수습상황을 점검하고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일선에 복귀해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선 기간 자신을 지지해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행보에도 나섰다. 심 대표는 15일 트위터에 “이번주부터 약 2주간 대국민 약속을 다짐하는 ‘약속투어’에 나서려고 한다”며 “정의당과 함께 한국 정치와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에 동참해주실 것을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 참석해 할머니들을 위로했다.
 
왼쪽부터 홍준표 전 경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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