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주류업계가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가벼움'을 앞세운 이른바 '라이트 마케팅'이 한창이다. 도수를 낮추고, 용량을 줄이고, 가격 거품을 빼는 등 '가벼운 술'을 전면에 앞세운 전략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와 롯데주류는 최근 야심차게 준비한 신제품으로 진검승부를 겨룰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가성비를 내세운 이른바 '발포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고 롯데주류는 자사 최초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라거맥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발포주 '필라이트(Filite)' 출시했다. 필라이트는 출시된 지 20일만에 초기 물량 6만 상자(1상자당 24캔)가 조기 완판됐다. 판매 속도로는 기존 한정판 제품보다 3배 이상 빠른 수치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고려한 '가성비 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필라이트는 1만원에 12캔으로 1캔당 717원에 판매되고 있다. 기존 맥주 제품보다 40%나 저렴한 셈이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발포주'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인 것도 호기심 마케팅의 성과로 이어졌다. 발포주는 맥주보다 맥아 비율이 낮다. 일반 맥주의 맥아 함량은 70~80%지만 발포주 맥아는 3분의2 이하다. 다만 알코올 도수는 4.5도이며 100% 아로마호프로 풍미를 더해 기존 맥주와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이트진로는 2001년부터 발포주, 2004년부터 제3맥주를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본 대형 편의점 '로손(LAWSON)'과 제3맥주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최근 식품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필라이트의 가성비에 관심이 급증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추가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롯데주류는 이달 말 출시하는 신제품 라거맥주인 피츠(Fitz) 슈퍼클리어에 기대를 걸고 있다. 롯데주류는 그동안 일명 '신동빈 맥주'로 불린 클라우드 마케팅에만 주력해왔다. 지난 2014년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를 출시 이후 '물 타지 않은 맥아 100% 맥주'란 이미지를 내세웠다. 출시 1년 만에 맥주시장 점유율 7%대를 넘겼지만 이후 정체기를 겪었다. 이른바 소맥용 시장이 커지며 에 내세울만한 제품군이 없었기 때문이다.
피츠 슈퍼클리어는 이같은 고민을 해결해줄 신제품이다. 롯데주류 최초의 라거맥주로, 클라우드는 맥아 함량이 100%이며 알코올 도수가 5도였던 데 반해 피츠는 맥아 함량을 20% 줄였다. 알코올 도수는 4.5도다. 진한 클라우드와 달리 가볍게 즐길수 있는 청량감과 깔끔함을 내세웠다.
가격도 '가벼움'을 적용했다. 피츠의 출고가는 500㎖ 병 제품 기준 1147원으로, 오비맥주 '카스 후레쉬'와 '프리미어OB' 출고가(1147원)와 같다. 기존 클라우드 500㎖ 병 출고가(1250원)보다 103원 저렴하다.
위스키 업계는 용량과 도수를 가볍게 하고 있다.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돼 온 고도주 시장에서 탈피해 저도주 경쟁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엔 소용량 위스키를 전면에 내세우며 '여심'을 공략 중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최근 캠핑과 피크닉 등의 야외활동 인구 증가와 더불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1~2인 가구의 혼술, 홈술 트렌드를 직접 겨냥해 '조니워커 레드 레이블'(200㎖) 소용량 제품을 출시했다. 8000원대 가격과 200㎖ 소용량으로 편의점과 인근 마트에서도 손쉽게 구매가 가능하며, 간편한 휴대성은 물론 눈길을 끄는 음용법으로 위스키 초보자들과 젊은 소비자층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도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 도수를 35도로 낮춘 '35 바이 임페리얼'(35 BY IMPERIAL)을 비롯해 발렌타인과 시바스리갈, 앱솔루트 등 제품을 200~350㎖ 소용량 제품으로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앱솔루트(ABSOLUT)는 미니사이즈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보드카(오리지널)와 라즈베리 두 종류로 특히 라즈베리는 상큼한 과일 향과 신선한 패키지를 선호하는 여성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으로 접근성과 편의성을 고려해 전국 편의점 매장에서 판매된다. 골든블루는 화이트 위스키 '팬텀 더 화이트'와 업계 최초로 도수를 1.5도 더 낮춘 35도 위스키 '팬텀 디 오리지널'을 최근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을 앞둔 계절적 특성과 맞물려 주류업계가 가볍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신제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주류시장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필라이트' 광고 이미지. 사진/하이트진로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