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을 위한 2차 입찰이 마감된 가운데, 총 4개 진영이 출사표를 던졌다. 한·미·중 간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미국 반도체회사 브로드컴과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유력 인수 후보로 부상했다. 예상대로 미국행이 7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위한 2차 입찰이 지난 19일 마감된 가운데 브로드컴, KRR과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컨소시엄,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컨소시엄, 대만 홍하이정밀공업 등이 응찰했다. 도시바와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오며 인수전의 유력 후보로 자리했던 미국 반도체회사 웨스턴디지털(WD)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D는 도시바에 반도체사업 매각 관련 독점교섭권을 요구하다 협상이 틀어지자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 요청을 하는 등 매각 입찰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인수전의 대결 구도는 브로드컴과 KRR 간 2파전으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브로드컴은 인수가로 2조2000억엔(약 22조3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높은 인수가격과 함께 경쟁업체와 비교시 규제당국의 검토가 비교적 간단할 것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KRR은 브로드컴보다 낮은 1조8000억엔(약 18조2000억원)을 써냈지만, 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참여하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KKR-INCJ가 꾸린 '미·일 컨소시엄'과 '브로드컴'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압축됐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19일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경영권 지분 인수에 컨소시엄 파트너와 최종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SK하이닉스-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은 도시바 측에 경영자매수(MBO) 방식을 제안했다. 도시바가 100% 지분을 가진 '도시바 메모리'의 지분 51%만 인수하고 나머지는 도시바 경영진 등이 보유하는 형태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에 자금을 공급하는 형태로 참여할 계획이다. 인수금액은 컨소시엄이 1조엔(약 10조1200억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SK하이닉스와 연합한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도시바 경영진도 참여하는 인수 방식을 제안하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홍하이정밀공업은 인수가격으로 가장 높은 3조엔(약 30조3000억원)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가 기술 유출 방지 등을 이유로 중화권 업체로의 매각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한편 도시바는 이달 2차 입찰을 마감하고 후보 진영을 2곳 정도 압축해 다음달 중으로 3차 입찰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은 "도시바가 19일 마감한 2차 입찰에서 2개 진영 정도로 압축한 뒤 6월 중에 3차 입찰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