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새 정부에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촉구하며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농성 1일차인 29일 오전 전교조는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교원노조법 개정, 노동3권 쟁취 등을 목표로 다음달까지 농성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는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를 향한 시금석이자 잣대”라며 “교육개혁을 꿈꾸는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통과해야 할 첫 관문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새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정교과서 폐기와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을 잇따라 지시했지만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역시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에 대해 “논의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일부에서는 전교조가 문재인 정부에 ‘당선의 빚’을 갚으라는 취지로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통보를 요구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보수 언론이 기사와 사설을 통해 황당한 프레임을 전파하고 있다”며 “‘전교조 흔들기’가 이제는 적폐청산 동력을 약화시키는 음모에 이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전교조가 새 정부 집권 초기부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 중 하나는 중징계를 앞둔 노조 전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에 전교조 전임자 16명에 대해 파면·해임·정직 등의 중징계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통보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에는 34명의 교사가 해임된 바 있다.
지난해 해임된 윤성호 전교조 전북지부장은 “문재인 정부는 법원과 국회, 국민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통보해야 한다”며 “전교조는 새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치열한 싸움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법외노조 문제를 푸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처분을 발한 행정청은 자신이 한 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언제든지 해당 처분에 대해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청구를 각하함으로써 소송을 종결할 수 있다.
정부가 바뀐 이후 종전의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전교조에 대한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강영구 변호사는 “이는 새 정부가 입장을 번복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6년 정부는 OECD로부터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해고자의 노조가입 허용 등을 요구받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를 확약하는 서한을 보낸 후 OECD에 가입했다. 아울러 지난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출범한 노사정위원회는 일반 사업장에서 해고자의 노조 가입이 인정되면, 이와 연동해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인정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현재 일반 사업장에서 해고자의 노조 가입은 인정되고 있다”며 “따라서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는 것은 지난 1996년과 1998년 정부 스스로 한 약속을 뒤늦게나마 이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샤란 버로우(Sharan Burrow) 국제노총(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ITUC) 사무총장을 만나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과 교원의 노동기본권·정치기본권 제약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국제적 공조 방안 등을 협의했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외노조 철회와 교원노조법 개정,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전교조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