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 등으로부터 수입한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에 착수했다. 지난달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세이프가드 발동을 청원하면서 움직임이 빨라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파장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도 미국 소비자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을 앞세워 적극 소명한다는 방침이다.
14일 미국 ITC 등에 따르면 월풀은 지난달 31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세탁기를 덤핑 판매했다며 ITC에 세이프가드 발동을 청원했다.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세탁기를 부당하게 낮은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미국 가전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ITC는 월풀이 제출한 세이프가드 청원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지난 5일부로 조사에 착수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관련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해당 품목에 대한 규제를 가하는 제도로, 무역장벽의 하나다. 세이프가드는 품목으로 제한되지만, 미국으로 수입되는 세탁기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으로 알려진 만큼 사실상 이들 두 업체에 대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월풀의 한국 세탁기에 대한 공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월풀은 지난 2011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시장가치 이하의 가격으로 제품을 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반덤핑 관세를 매겼으나 한국은 2013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승소했다. 또 지난해에는 월풀이 중국에서 생산한 한국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ITC에 요청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만든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에 각각 52.5%, 32.1%의 관세를 부과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단 월풀의 주장에 적극 소명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소비자는 우리의 디자인과 혁신 때문에 삼성 세탁기를 구매하며, 이번 청원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맞섰다. LG전자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반박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