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오는 26일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바른정당은 일찌감치 젊은 리더들이 주목받고 있다. 3선의 김영우·이혜훈 의원과 재선의 하태경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초선의 지상욱·정운천 의원도 당권도전에 나서며 ‘5파전’으로 구도가 짜여졌다.
이 중 김영우 의원은 현재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으며 당내에서는 개혁적 인사로 꼽힌다. 쇄신파로도 분류되는 김 의원은 새누리당 시절인 지난해 9월 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국정감사 보이콧’을 당론으로 결정한 상황에서 국감을 진행하겠다는 소신을 밝히고는 같은 당 의원들에 의해 ‘감금’된 적이 있는 인물이다.
김 의원은 인터뷰에서 현재 바른정당의 상황을 전시로 규정했다. 지난 11일 출마를 선언할 때도 “평상시의 리더십이 아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위기관리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된 선명성으로 당을 이끌고 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홍준표 스타일로 싸우지 않겠다”, “보수 정치의 품격을 높이겠다”고 밝힌 김 의원은 지방선거 전 한국당과의 연대에 대해 선을 그으며 괜찮은 보수정당 만들기에 시동을 걸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이다.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건 기자
이번에 바른정당 당대표 선거에 나섰는데 다른 후보에 비해 김 위원장이 갖고 있는 강점은 무엇인가.
저는 외유내강형이다. 지금 3선 의원을 하고 있지만 초선, 재선, 3선 때까지 여러 당직을 맡으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들어봤다. 또 당 대변인을 하면서 주로 내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아우르는 게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에 바른정당 대표가 갖춰야 될 덕목은 위기관리 리더십이다. 지금은 평시가 아니라 전시다. 지금 잘못된 친박, 잘못된 패거리정치, 잘못된 보수가 보수의 씨를 말리고 있다. 그래서 보수주의를 신봉하는 많은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는데 이런 황량하고 메마른 토양에 단비가 내려야 한다. 특히 바른정당을 우뚝세우는 게 중요하다.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감 정치를 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 공감 대표가 되겠다는 게 제 슬로건이다.
만약 당대표가 된다면 당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나갈 것인가.
저는 자유한국당 스타일로 한국당을 대해서는 실패한다고 본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출마할지 모르겠지만 홍준표 스타일로 싸워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수 정치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의 단단한 결속, 한국당과의 차별화된 선명성이다. 지금 한국당은 막연하게 강한 야당이 되겠다고 하는데 여당에서 야당이 된지 며칠 안됐다. 한국당이 여당 시절에 '참 저런 야당은 안 된다'고 하면서 발목잡기 하고 떼쓰고, 이런 야당을 얼마나 많이 비판했는가. 하루 아침에 야당됐다고 해서 기존 구태 야당의 모습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한국당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과 체질을 갖춘 야당으로 한국당을 압도하겠다. 저는 자신이 있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당을 자강과 연대 중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 가야 된다고 보는가.
바른정당을 우뚝 세우는 일이 먼저다. 그렇지 않고 정치 공학적인 면에서 보수가 합치는 게 유리하지 않겠냐고 해서 그렇게 한다면 바른정치도 못할뿐더러 선거결과도 안 좋다고 본다. 바른정치의 결과로서 선거결과가 나오는 것이지, 선거 결과만 의식해서 당을 뗏다 붙였다 하는 것은 그야말로 구태다. 지금으로서는 한국당이 철저하게 개혁과 반성을 하기 전에 지금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보수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당이 합당 내지 연대하지 않고 갈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나.
정치는 생물이다. 1차적으로는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올려서 당을 반석 위에 올리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 바른정당 중심으로 건강한 보수가 뭉칠 수 있다. 지금 큰집, 작은집 따지면서 연대하는 것은 바른정당의 존재가치를 없애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나. 지금 당내 인력으로 보면 지방선거에서 좀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는데.
지금 문재인 정부 초반이기 때문에 보수 쪽에서는 굉장히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현재 원내에는 20명의 의원 밖에 없지만 바른정당은 의원들만의 정당이 아니다. 많은 당원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지지율을 올리면 많은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그렇다면 우리가 좀 더 커진 인력풀을 통해 내년 선거에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당대표 선출방식에 따르면 아무래도 조직력이 강한 인사가 선출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 어떻게 전망하나.
저는 당내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고 본다. 당협위원장들이 이번 바른정당의 대표는 당을 깨뜨리기 보다는 당을 잘 결속시킬 사람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당이 화합해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점에 있어서 김영우에 대한 반대는 적다고 생각한다. 당의 결속과 화합을 위해서는 김영우가 적합하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고 있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을 김무성계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저는 구태의연한 분류법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병아리가 아니다. 누구계, 누구계 하는 게 지금은 의미가 없어졌다.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 시절에 제가 수석대변인을 했다. 당연히 인연이 깊다. 유승민 의원은 제가 초선 때부터 국방위원을 같이 했다. 국정운영이라든지 경제, 안보 등 여러 가지 정책적인 면에서 유 의원과 공유하는 바가 아주 크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자전거 유세단도 만들어서 열심히 활동하며 유 의원을 도왔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추경이라든지, 인사에 완강히 반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어떻게 하겠나.
대통령께서 솔직하게 인사 5대원칙에 대해 말해야 한다. 저는 이번 문재인 정부는 특수성이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바람에 인수위 활동이 없었다. 때문에 바로 국정운영을 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늦추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책 검증이다. 야당에서 최소한 1~2명을 낙마시켜야 한다는 것은 구태다. 과거 우리가 여당일 때 그토록 비판했던 야당의 행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승민 의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유승민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보수의 희망의 불씨를 살린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당이 유 의원을 뒷받침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보수정당으로서 바른정당도 사람을 많이 키워야 한다. 유 의원 외에도 앞으로 인재를 많이 키워야 한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인재를 많이 키우지 않나. 차기 대선주자들도 이미 많이 있다. 그런데 보수는 패거리 정치하고 기득권에만 집착해서 인재를 키우지 않는 사이에 보수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야 좋은 정당이 된다. 특히 청년정치아카데미를 만들어서 청년들을 잘 훈련시키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이번에 바른정당 대표에 도전하는 것은 누군가는 걸어가야 될 길이고 어찌보면 고난의 길이다. 독배를 마신다고 자청한 것이다. 그만큼 절박함 때문에 나오게 됐다. 선거날 부모와 자식 간에 찍을 정당이 없다는 탄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괜찮은 정당을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다. 혼자 원맨쇼해서 될 일은 아니다. 바른정당의 많은 의원들, 당협위원장들과 의사소통해서 바른 길을 찾아가고자 한다.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건 기자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