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위드미는 이달 중 사명 변경을 비롯해 점포 리모델링, 24시간 체제 전환 등을 검토하며 정체된 편의점사업에 고삐를 당길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한 깜짝 발언 이후 본격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위드미 점포수를 앞으로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며 "(확장에 대한) 획기적인 방법이 고려되고 있고, 1개월 안에 깜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이마트는 위드미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위드미의 지난해 매출은 3784억원, 영업손실은 350억원이다. 매출이 느는 만큼 손실 폭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말 기준 점포수가 2109개로 편의점 중에는 5위에 머물러 있고, 올 1분기에도 12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위드미가 '변신'의 카드를 꺼내 든 것 역시 '정체된 실적'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정 부회장의 '깜짝 발표' 언급 이후 위드미의 변화를 예측하는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위드미가 사명과 간판을 바꾸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새로운 사명의 유력한 후보군은 '이마트24', 'e24' 등이다. 최근 이마트는 특허청에 'e24' 상표권을 등록하며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새로운 사명은 신세계 이마트 계열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큰 틀 아래서 이뤄질 전망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명 변경은 다양한 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그 외에 세부적인 변화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세계가 정체된 편의점 사업에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며 기대감도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사명 변경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되는 점이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위드미는 2013년 이마트가 인수한 편의점이다. 이마트는 위드미를 인수한 이후에도 브랜드를 바꾸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7월 법인명을 '이마트위드미'로 변경했을 뿐 간판 자체는 '위드미' 고수 전략을 유지해왔다. 이번에 사명 변경에 나설 경우 법인명에 이어 브랜드와 편의점 간판에도 이마트를 끼워 넣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이마트와의 연관성을 배제하며 브랜드를 고수해왔던 위드미가 이제 와서 이마트를 연상케 하는 사명 변경에 나설 경우 자칫 '골목상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홈플러스의 편의점 진출도 비슷한 사례로 거론된다. 2013년 홈플러스는 브랜드를 '홈플러스365'라는 당초 계획안을 뒤집고 '365플러스'로 교체한 바 있다. 당시 홈플러스가 편의점을 이용해 골목상권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기존 편의점 업계도 대형마트가 편의점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반대했고, 결국 홈플러스는 편의점 상호에서 '홈(Home)'을 빼는 차선책을 택했다. 사명 변경이 여전히 낮은 인지도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드미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새 정부가 강조하는 '골목상권' 이슈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간판 교체 과정에서 편의점 점주들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패밀리마트가 CU로 사명을 바꾸고 간판을 바꾸는 과정 중 일부 점주들의 반발을 사고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는 등 진통을 겪었던 사례도 불필요한 잡음을 막기 위해선 사전에 고려돼야 할 사안이다.
업계에선 위드미가 단순히 사명 변경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위드미의 24시간 영업체제로의 전환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e24'의 상표권을 등록한 것도 이 같은 변화의 사전정지 작업일 수 있다.
다만 영업시간 변화가 추진될 경우 그동안 위드미가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내세웠던 '3무(無) 정책(로열티·중도해지 위약금·24시간 영업강제 없음)'에 어쩔수 없이 손을 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위드미 출범 당시 강조한 편의점 운영 철학에 배치되는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용진 부회장이 강조한 '깜짝 발표'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예단을 할 수 없지만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은 건 사실"이라며 "새 정부가 골목상권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마트 브랜드를 단 편의점이 나올 경우 경쟁업체 등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4년 7월 위드미 편의점이 간판을 교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