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새 정부 인선이 끝나지도 않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일자리위) 1차 회의를 주재한 것을 놓고, 일자리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임을 드러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일자리위 회의에는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 외에도 박근혜 정부 인사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준식 고용노동부 장관·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등도 모습을 보였다. 일자리위 당연직 위원으로 14명의 정부 부처 장관과 차관급 수장, 산하기관장 등이 참석토록 한데 따른 조치다. 자유한국당 등 야3당이 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 등에 반발하며 남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진행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기존 인사들로라도 일자리위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당면한 일자리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속도감 있는 추진으로 조기에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며 일자리위 운영의 시급성을 드러냈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일자리 추가경정(추경)예산 편성의 시급성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야3당의 추경예산안 반대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일자리 추경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논의가 지연된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여성·어르신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 등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며 시급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 부위원장도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100일 민생상황실’ 소속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추경이 일자리 정책의 시작이고 법적 요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며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추경 관련 시정연설까지 했고 정부·여당이 절실히 원하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이 도와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저성장 기조 고착화와 고용없는 성장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위원들간 논의가 이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정부 일자리정책 추진방향과 민간일자리 창출방안, 일자리 질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용섭 부위원장이 ‘일자리 100일 계획’을 포함한 향후 활동방향을 발표했으며 김준영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이 민간 분야에서의 좋은일자리 창출방안,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일자리 질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일자리위 운영 방안(세칙)도 논의했다. 일자리위는 매월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위원장(대통령) 판단에 따라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토의됐다. 일자리위 산하에 전문위원회·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해당 위원회는 15인 내외의 위촉직 민간위원으로 구성, 안건 관련 소관부처 관계자와 전문가의 참석이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추가 논의를 거쳐 다음 회의에서 세칙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부처 별 일자리 창출 이행과제도 제시됐다. 일자리위는 기획재정부에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기업·산업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세제·예산·공공조달·공공기관 평가 등 인센티브를 재설계할 것이 요구했다. 미래창조과학부(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산업 일자리 창출 방안)와 산업통상자원부(기업들의 국내 투자 유도·해외 진출기업 유(U)턴 방안 마련), 국토교통부(도시재생, 건설·교통 분야 새로운 일자리 창출방안 마련) 등 기타 부처들도 과제를 부여받았다.
일자리위는 전체·부문회의 등을 통해 문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오는 8월17일까지 일자리 중심 행정체계를 완비하고 정부 조치만으로 추진이 가능한 과제들은 가시적인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는 ‘5년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앞줄 왼쪽 다섯번째)이 21일 청와대 본관 충무전실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친 후 이용섭 부위원장(앞줄 오른쪽 네번째) 등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