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땅’으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용산유엔사 부지가 결국 중견 시행사인 일레븐건설에 돌아갔다. 일각에선 1조552억원의 천문학적인 낙찰가를 써낸 일레븐건설에 대해 시장가 보다 너무 과도한 금액의 낙찰로 인한 사업성에 대해 의구심을 낳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레븐건설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유엔사 부지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 땅의 낙찰가는 1조552억원으로 평당가는 7750만원이다. 사진/뉴시스
국내 1세대 디벨로퍼로 유명세를 떨친 일레븐건설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유엔사 부지에 대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고, 지난 3일 낙찰금액의 10%인 1055억원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납입한 상태다.
일레븐건설은 컨소시엄 구성없이 단독으로 참여해 총 1조552억원에 달하는 유엔사 부지를 품게 됐다. 단순 계산시 3.3㎡(평)당 7750만원을 주고 산 셈이다. 올해 1월1일 기준 이 땅의 개별공시지가는 ㎡당 930만원으로 3.3㎡당 3069만원으로 책정됐다.
일레븐건설은 이 땅에 대한 미래가치를 높게 책정해 프리미엄 4681억원을 더 주고 낙찰 받은 것이다. 또 시장 예상가인 8000억원과 비교해도 2000억원 가량을 높게 주고 산 것이다. 문제는 일레븐건설이 1조552억원의 낙찰 금액을 원활하게 납부할 수 있냐는 점이다. 일레븐건설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영업이익 408억3192만원, 당기순이익은 344억6721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지난 2015년부터 842억9751만원, 2016년 1275억4842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금유입이 없다는 뜻이다. 금융비용 부담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 3년 안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유동자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금융비용만 떠안게 된다.
현금흐름은 기업이 수익창출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입·유출을 확인할 수 있는 재무제표 항목으로 일레븐건설은 현금유입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이는 일레븐건설에 금융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레븐건설은 계약금 10%를 제외한 나머지 90%를 3년에 걸쳐 6회로 분납해야 한다. 6개월 간격으로 1583억원을 LH에 납부해야 한다.
게다가 일레븐건설은 경기도 용인 처인구 일대에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달하는 초대형 복합개발 사업도 함께 추진 중에 있다. 연이어 대형 사업을 추진하면서 눈덩이처럼 쌓여가는 금융비용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유엔사 부지는 입지가 뛰어나지만, 인근 주택의 조망권을 해치지 않도록 높이를 최고 90m로 제한하고 있다. 전체 건축물 면적은 지상 연면적의 40%를 넘을 수 없다. 이외에 부지 개발사업을 진행하는데 여러 걸림돌도 산재해 사업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레븐건설이 이 부지에 호화 아파트를 지을 경우 평당 1억원을 웃돌 전망인데, 40평 기준으로 40억을 넘게되면 분양시장도 장담을 할 수 없다. 만약 분양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중도금과 잔금을 갚아 나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일레븐건설 관계자는 “2020년까지 용인 등 복합개발 사업현장에서 분양대금이 유입될 예정이어서 자금조달에 전혀 문제는 없다”면서 “일부 부족한 금액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