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실적악화와 재무건전성 위기라는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KDB생명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경영상 어려움이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아 사면초가에 빠졌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이달부터 200명을 목표로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9개였던 개인영업 본부가 4개로 축소되고 본부는 영업단으로 격하된다. 본부장 자리가 사라지면서 영업 담당 임원들이 모두 직위해제 되기도 했다.
KDB생명의 희망퇴직 조건은 나이 45세 이상 근속연수 15년 미만인 경우 12개월치 월급을 받는다. 근속연수가 20년 미만 이면 18개월치 월급을 받으며 23년차는 23개월치, 24년차는 24개월치 월급을 받는다. 다만 최대 지급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4개월치로 근속연수가 25년이라도 24개월치만 받을 수 있다.
이같은 조건은 최고 36개월에 자녀 학자금까지 지원했던 다른 보험사에 비해 좋은 조건도 아닌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희망퇴직까지 단행하고 있지만 KDB생명의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달 말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3개 신용평가사는 KDB생명의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 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후순위채 신용등급은 물론 회사의 자산 건전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보험금지급능력 등급 모두 ‘부정’ 평가를 받았다.
실적과 RBC비율도 최악의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KDB생명은 22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457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기간 RBC비율은 124.4%를 기록했지만 이미 발행한 후순위채의 자본인정비율이 차감되고 있고 회계기준이 강화되면 자본확충 금액이 더 커져 부담이 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미 세 차례 무산된 매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6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만들어 KDB생명을 인수했다.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입한 돈을 더하면 8500억원 가량이 된다. 올 하반기 중에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가 이뤄진다면 산은이 KDB생명에 쏟아부은 돈만 1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IFRS17이 도입되면 1조원 이상의 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00억원의 증자가 결정 됐지만 IFRS17 도입을 고려하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증자가 계속되면 매각 가격도 상승하게 되는데 이 또한 KDB생명의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