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자동차회사가 신차 한 대를 내놓기 위해서는 개발 기간 3~4년에 수천억원대의 개발비가 투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안팔리게 되면 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된다. 연간 10만대씩 판매되는 차종이 있는가 하면 불과 수백대 판매에 그치는 차종도 있다. 특히 완성차업체 마다 일부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모델들이 있다. 지난 6월 한 달간 100대도 판매되지 못한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차량들을 분석해봤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6월 국내에서 100대도 판매하지 못한 차종이 3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국내에서 벨로스터는 14대, i40는 59대, 아슬란은 39대가 팔렸다. 이들 3종의 올 상반기 판매량도 각각 75대, 147대, 302대에 불과하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1위라는 업계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이 같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차량들이 존재한다.
이 중 벨로스터와 i40는 i30와 함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 2012년 야심차게 탄생시킨 ‘PYL(프리미엄 유니크 라이프)’ 브랜드에 속하는 차량이다. 당시 20대와 30대의 젊은 층을 노린 현대차의 전략 브랜드였다. 그러나 의지와는 달리 PYL 브랜드 차량중 일부는 외면을 받았고, 판매량은 급감했다. 현대차는 결국 PYL 브랜드 차량의 판매 부진으로 지난 2016년부터는 사실상 이 같은 마케팅을 중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PYL 브랜드 차량의 단종설도 끊임없이 나왔다. 그러나 현대차는 아픈 손가락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지난 4월 현대차는 2017년형 i30와 i40를 새롭게 내놨다. 다행히 i30는 지난 6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0% 가까이 늘면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381대 수준으로 흥행을 위해 갈길이 멀다. 특히 i40는 신형이 나왔지만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줄었다.
현대차는 아울러 오는 11월 벨로스터 신형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의 성향이 다향해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여전히 꾸준한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단종은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 시장에서 벨로스터는 지난 5월까지 총 7598대, i30는 1만4302대, i40는 8845대가 팔렸다.
여기에 현대차의 아슬란은 출시 당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갈수록 존재감이 없어진 차종 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이 302대에 불과하다. 라인업상 바로 아래인 그랜저가 7만2666대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4년 아슬란을 출시하면서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슬란은 애매한 포지션으로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한국지엠의 소형 아베오도 지난 6월 97대가 팔렸고, 올해 상반기 누적 800대에 머물렀다. 아베오는 지난 2011년 출시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가며 호평을 받았지만, 한국시장에서는 맥을 못추고 외면 받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소형 세단과 해치백 등 판매가 하락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한국지엠의 준대형 차량인 알페온은 지난 6월 딱 1대가 팔렸다.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총 7대다. 알페온은 임팔라 출시 이후 사실상 단종 절차에 들어갔다. 카마로도 지난 6월 40대 팔리는데 그쳤다. 상반기 총 판매량은 294대를 기록했다. 카마로는 영화 트랜스포머의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범블비의 모델이다. 한국지엠은 이를 이용한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 캐릭터 마케팅이 카마로 판매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국내 내수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한 쌍용차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바로 체어맨W다. 체어맨W는 지난 2008년 2월 출시됐고, 이후 후속 모델없이 10년째 같은 모델로 판매되고 있다. 쌍용차가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신형 모델에 대한 개발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아직까지 후속 모델 계획은 없다. 지난 6월 48대가 팔렸고, 상반기 누적 판매 344대를 기록했다.
조립중인 현대차 '벨로스터'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