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국내 식품업계 1세대 창업주들의 잇따른 퇴장 속에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 중인 '장수 회장님'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식품업계는 1세대 기업인의 별세 소식이 이어져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장수 경영인으로 왕성히 활동하던 함태호
오뚜기(007310) 창업주와 박승복
샘표(007540) 창업주, 임대홍
대상(001680)그룹 창업주 등이 수많은 공과 업적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고, 이제 그 자리는 2세 경영자들이 메꾸고 있다.
고인이 된 이들 외에도 식품업계 안에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며 장수하는 창업주들이 수두룩하다. 80~100세의 고령에도 주요 경영현안과 연구개발에 참여하거나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는 등 식지 않는 열정을 유지하며 업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회사 중 최고령 창업주는 1917년생으로 올해 100세가 된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이다. 정 명예회장은 국내 최초로 '두유'를 개발한 의학박사 출신이다. 지난 2000년 현업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콩에 대한 최신 해외 연구 동향을 살피고, 후학양성에도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최근까지도 자신이 직접 설립한 '혜춘장학회' 장학금 수여식에도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하는 등 왕성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식품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의 건강 비결은 '소식'과 '콩'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베지밀 두유'를 하루 세 번 식전에 꼭 챙겨 마시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90세가 된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도 매일 잠원동 본사로 출근 도장을 찍으면서 업무를 보고 있다. 야쿠르트에 따르면 윤 회장은 출·퇴근시간도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 맞추는 규칙적인 일상을 소화하고, 수시로 사옥 곳곳을 둘러보며 안전 등 세세한 부문을 챙긴다는 후문이다.
유산균을 국내에 최초로 대중화시킨 인물답게 그는 철저한 식습관으로 성인병 없는 건강한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소식을 즐기고, 채소류와 생선류를 끼니마다 챙긴다고 한다. 자사의 발효유도 매일 3~4병씩 빼놓지 않고 먹고 있으며 금주와 금연을 본인은 물론, 사내 문화로 전파할만큼 중요시하고 있다.
신춘호
농심(004370) 회장은 올해 85세가 됐지만 가장 왕성하게 활동 중인 식품업계 오너다. 그룹의 경영을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 등에게 맡긴 상태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2~3일씩 출근해 주요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현안을 본인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신 회장은 라면과 스낵 등 자사 제품 작명에 직접 관여하면서 제품을 알리는 데 앞장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라면시장을 강타했던 짜왕 등 두꺼운 면발 시리즈 출시도 신춘호 회장의 강한 의지와 주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골프장 라운딩 멤버 등 지인들에게 직접 제품을 맛보여 주면서 홍보에 나서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올해 82세가 된 '한국 원양어업의 개척자'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도 여전히 그룹의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며 노익장을 과시중이다. 그의 건재 속에 동원그룹은 더 이상 참치만 파는 회사가 아닌, 수산업과 식품, 포장재, 물류를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는 일찌감치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에게 금융 사업을, 차남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회장에게 식품 사업을 맡겨 후계구도를 정리했다. 그러나 팔순을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매일 본사로 출근해 중요한 사업 결정을 챙기며 진취적인 개척정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 신춘호 농심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