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백화점에서 핸드백과 구두, 화장품 등 잡화상품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국내 잡화브랜드 대신 해외 브랜드 선호현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백화점 큰손 고객인 유커가 빠진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롯데와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잡화 매출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 감소폭은 2월 4.9%에서 3월 3.0%, 4월 6.2%, 5월 8.3%를 기록하는 등 확대되고 있다.
백화점 잡화 중 가장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것은 토종 핸드백이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코오롱FnC의 '쿠론'이나 한섬의 '덱케' 등 트렌디한 브랜드를 앞세워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시들해졌다.
상황이 바뀐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주요 국내 브랜드의 핸드백 가격이 50만~70만원대로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돈을 더 쓰고 수입 브랜드를 사자'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백화점 3사의 해외 유명브랜드 매출은 올해 1~4월 연속으로 증가했다. 5월 매출은 2.4% 줄긴 했으나 잡화에 비해서는 감소폭이 작았다. 롯데백화점은 올 초 봄 시즌 MD개편에서 국내 핸드백 브랜드 11개를 빼고 그 자리를 수입 핸드백 브랜드 등으로 채우기도 했다.
백화점 1층 터줏대감인 화장품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에 휘청이고 있다.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쓸어담던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막히면서 매출이 타격을 입은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 관광금지 조치가 시작된 3월부터 5월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은 전년대비 57%나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아모레퍼시픽의 백화점 매출이 사드 탓에 전년동기대비 9% 역신장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에도 백화점 매출이 소폭 역신장했다.
정장구두로 대표되는 제화의 부진은 트렌드 탓이 크다. 최근 패션업계 전반을 강타한 스포티즘의 영향으로 스니커즈 같은 운동화가 인기를 끌면서 비싸고 불편한 백화점 구두는 외면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핸드백이나 제화 등의 가격경쟁력이 사라지면서 해외명품에 계속 자리를 내주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해외명품과 국내 잡화의 희비가 계속 엇갈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백화점의 잡화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핸드백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