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생후 3개월 때 한국인 어머니와 헤어졌던 미국인이 26년 만에 어머니를 찾았다. 미국 NGO단체 ‘정의와 자비(Justice & Mercy)’ 직원 브라이스 스미스씨(26)가 주인공이다.
주한 미 공군에 복무하던 스미스씨의 아버지는 어머니 장모씨와 1987년 7월9일 결혼해 1991년 미국에서브라이스를 낳았다. 장씨는 한국에 대한 극심한 향수에 시달렸고,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해나가지 못했다. 결국 스미스씨가 태어난 지 3개월이 되었을 때 한국으로 돌아갔고 연락이 끊겼다.
브라이스 스미스씨와 어머니. 사진/서울시
스미스씨는 이후 펜실베니아 남부 시골 도시에서 아버지와 함께 자랐다. 2013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로스쿨에 합격했지만 심각한 바이러스 질환에 감염돼 미국으로 돌아와 치료를 받았다. 2015년 건강을 회복한 그는 펜실베니아주 입법부에서 일했다. 브라이스씨는 지난해 11월 어머니의 이름과 생일만으로 어머니를 찾고자 결심했다.
하지만 이름과 생일만으로 한국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 나섰으나 한정된 정보로 어머니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 이름으로 페이스북의 계정 수백 개를 찾아보고, 전 미국 대사, 전 한국공군 군인, 미국 상원 의원, 유엔 직원 등 지인과 네트워크를 모두 동원해 연락해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화제의 주인공인 브라이스 스미스씨. 사진/서울시
한국 언론과 경찰, 영사관·대사관에도 연락했지만 전쟁 고아나 실종 아동, 입양아의 경우가 아니라 또한 어머니 쪽 동의 없이는 개인 정보를 함부로 유출할 수 없어 실제 어머니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는 답변을 들어야했다.
스미스씨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서울글로벌센터에 연락했고, 영어 상담원 최윤선 대리(26·여)와 이메일을 주고받고 통화를 하며 어머니를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의 혼인관계수리증명서를 재발급 받는다면 어머니의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거주지를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다.
이후 그는 최 대리 도움을 받고 서울시청에서 국제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국제우편으로 받아 볼 수 있게 되었고, 지난달 마침내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어머니를 찾게 됐다.
브라이스 스미스씨가 어머니를 찾는 데 큰 역할을 한 최윤선 대리. 사진/서울시
어머니를 찾는데 큰 역할을 한 최윤선 대리는 “처음에는 어떻게 도우면 될지 막막했는데 몇 개월간의 노력 끝에 수십 년 동안 떨어져 지냈던 가족이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주민을 위해서면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스미스씨는 “어머니를 포기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때 서울글로벌센터가 정말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도움
을 줘서 어머니를 찾을 수 있게 됐다”며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에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2008년 개소한 서울글로벌센터는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영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우즈베키스탄어, 러시아어, 몽골어, 태국어 10개 언어 상담원이 상시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13년 종각역 인근으로 확장 이전한 이후에는 하루 평균 110건 이상의 전화·방문상담이 이뤄지고 있으며, 거주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강좌, 창업 및 무역 강좌, 명절행사 등 다양한 교육과 문화교류 사업 운영도 병행하고 있다.
고경희 외국인다문화담당관은 “이번 사례는 상담 직원들이 외국인주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앞으로도 내 가족을 챙기는 것처럼 외국인주민들을 지원해 서울 생활에 대한 편의와 서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