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한미약품(128940)이 개량신약 '에소메졸'로 미국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에소메졸은 2013년 국산 개량신약 최초로 미국 진출했던 제품이다. 해외 파트너사를 교체해 매출 부진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 상반기 미국 R2파마(R2 pharma)와 에소메졸 미국 판매·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R2파마는 의약품 마케팅 전문업체로 미국에서 에소메졸의 판매를 전담한다.
개량신약은 기존 신약에서 화학적 구조나 제제 등을 변형한 의약품을 말한다. 약효나 복용편의성 개선, 적용 질환 확대, 부작용 감소 등을 개선하면 개량신약으로 인정을 받는다.
국내에선 에소메졸이 최초로 미국 시장 진출했다. 에소메졸은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넥시움'의 개량신약이다. 넥시움은 미국에서 2조원 이상이 팔리는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한미약품은 넥시움의 일부 성분(염)을 변경해 개량신약을 개발했다. 2008년 국내 출시했으며, 같은 해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201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획득해 2013년 12월 현지 발매했다. 넥시움 후발의약품 중에선 최초의 미국 상용화였다.
하지만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발매 이듬해 100억원 미만 정도가 팔린 것으로 알려진다. 현지 파트너사인 복제약 전문업체 암닐파마는 2015년 에소메졸 판매를 중단하고 판권을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파트너사를 변경해 미국 시장에서 재기를 노리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FDA에 판매사 변경에 따른 에소메졸 패키지 변경을 2016년 10월 승인받았다. R2파마는 현재 미국 남부 14개주에서 에소메졸 판매를 시작했다. 향후 동·서부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미국에서 이미 넥시움 복제약들이 출시돼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테바, 밀란, 닥터 레이디스 등 7개사가 넥시움 복제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암닐파마도 실패했던 개량신약 마케팅을 R2파마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R2파마는 설립 20년도 되지 않는 비교적 신생업체다.
미국 FDA는 신약(NDA 505 b1), 복제약(ANDA)과 구분해 개량신약(NDA 505 b2)의 허가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와 재정적 상황을 고려해 신약을 복제약으로 대체조제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신약을 개량신약으로 대체조제할 수 없다. 후발의약품이지만 신약에 준한 마케팅과 영업을 진행해야 한다. 암닐파마가 복제약 전문업체여서 에소메졸 영업에 한계를 드러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한미약품이 개량신약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미국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산 개량신약들에게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자본력에서 열세인 국내 제약사들은 개량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신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개량신약이 성공하려면 약효를 개선하거나 복용 횟수를 줄이는 등 신약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특징이 있어야 한다"며 "오리지널약의 특허를 피해나가기 위한 염변경 등 단순한 개량신약 전략으론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