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 정부 국정상황실 문건서도 '위법 소지' 발견"

보수논객 육성·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등 포함…'서울시 계획 부당성 알린다' 내용도

입력 : 2017-07-20 오후 5:14:35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청와대가 전임 박근혜 정부 시기 작성된 문건에 대한 조사·분류작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위법 소지’가 있는 내용의 문건이 추가로 발견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지난 14일 민정비서관실에서 이전 정부의 문건이 발견된 후 민정·총무비서관실에서 일제 점검을 실시한 결과, 현재 국정상황실과 안보실 등에서 다량의 문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된 문건들의 제목과 개요를 공개했다. 지난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된 504개의 문건에는 당시 청와대가 각종 이슈에 비정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다량 포함됐다.
 
‘2015년 4~6월 국정환경 진단 및 운영기조’ 문건에는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등 홍보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 확충 지원대책,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해외 보수세력 육성방안 등이 담겨 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2015년 7월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문건에는 신생 청년 보수단체들에 대한 관련기금 지원을 적극 검토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박 대변인은 “특정 이념 확산 방안을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손해를 감수하고 정부 입김에 의해 찬성했다는 내용을 입증하는 문건도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방향’,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 대책 검토’,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주장에 대한 쟁점 및 정부 입장 점검’이라는 문건도 있다”고 밝혔다. 문건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정부가 개입할 것인지와 개입할 경우 의결권 방향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여부,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여지지 않도록 위원 구성을 신중하게 하고 관계부처는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표현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사이트와 모바일메신저 운영 개입을 통한 여론조작 시도 정황도 드러났다. 카카오톡 내 샵(#) 검색기능 관련 ‘좌편향적인 자동연관 검색어 논란이 있으니 (다음카카오에) 개선토록 주문한다’는 내용은 ‘부처 현안 관련 정책 참고’ 문건에 수록됐다. ‘포털 뉴스서비스의 사회적 책임강화 방안’ 문건에는 언론사로서의 위상부여 여부와 포털의 수익환류 제도화 추진 검토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서울시 관련 문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서울시 간 갈등 쟁점 점검 및 대응방안’ 문건에는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계획의 부당성을 알려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시행 여부를 놓고 중앙정부와 많은 마찰을 일으켰던 청년수당 지급 관련해서는 “서울시가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할 경우 지방교부세 감액 등 불이익 조치를 하라”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육아 협동조합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관련 문건도 들어있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문건 내용 공개 이유에 대해 박 대변인은 “발견된 문건들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라 일반기록물이라 판단했다”며 “문건들의 내용이 위법의 소지가 있는 지시를 담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청와대는 오는 23일 경 나머지 발견문건 내용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수현 대변인이 20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지난 정부에서 작성된 문건 발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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