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유통업계의 2분기 실적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 여파가 아모레와 LG생활건강 등 주요 화장품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치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25일 LG생활건강은 2분기 매출액이 1조530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LG생건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05년 3분기 이후 12년여만에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2325억원으로 3.1% 증가했다. 화장품 등에만 의존하지 않는 음료와 생활용품 등 고른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영업이익 역신장은 피할 수 있었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화장품 사업부는 매출(-4.7%)과 영업이익(-2.7%)이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다. 특히 전체 매출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점 매출은 중국인 관광객 급감의 영향으로 전년동기대비 26% 줄었다. 면세점 매출 하락분은 '후', '숨' 등 럭셔리 브랜드의 중국 현지 매출로 채웠다. 두 브랜드는 2분기 중국에서 전년보다 75% 많은 6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는 26일에 실적을 발표하는 아모레퍼시픽은 영향력이 컸던 만큼 피해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9.7% 감소한 1조3041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40% 급감한 1446억원으로 예상됐다. 면세점 매출액은 전년동기 절반 수준으로, 백화점 매장과 로드숍 등을 포함한 국내 화장품 매출액은 전년대비 20% 감소할 전망이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다. 중국 정부가 지난 3월15일 '한국여행 금지 7대 지침'을 내리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4·5·6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각각 전년동월대비 66.6%, 64.1%, 66.4%씩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가 해빙무드에 접어들 것이라던 기대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중 정상이 사드 배치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며 "중국인 입국자수 회복 시기도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하반기로 늦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실적 정상화 시점도 다소 미뤄질 전망이다. 이전까지는 2분기를 바닥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이제는 3분기까지 실적 악화의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등 사드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장의 분위기는 계속 좋지 않다"며 "중국 현지 매출을 늘리고 동남아시장 등으로 판로를 다각화해 이를 상쇄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들이상하이 빠바이반 백화점의 '후' 매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