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업계, 때 늦은 '상생쇼'…진정성은 '글쎄'

BBQ, '마진공개' 등 상생안 발표에 '이름뿐' 지적
대통령 간담회·공정위 압박에 '정치적 대응'

입력 : 2017-07-27 오후 2:56:24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갑질과 불공정계약의 진원지로 지적받고 있는 프랜차이즈업계가 너나 없이 '상생' 카드를 꺼내들고 나섰다. 평소 상생의 '상'자도 꺼내지 않다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도를 넘어선 '갑질' 횡포에 메스를 들고 나서자 부랴부랴 대책이랍시고 잇따른 '상생안'을 들고 나왔지만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태천 제너시스BBQ 대표이사가 27일 서울 종로구 BBQ종로관철점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가맹점과의 상생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너시스BBQ
 
제너시스BBQ(이하 BBQ)는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의 국정운영기조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분야 정책 방향을 전폭 수용하고 이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BBQ는 가맹사업법 위반 협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BBQ는 "필수구입품목 최소화와 마진공개"를 약속했다. 닭과 튀김용 올리브유, 소스와 파우더 등 맛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품목만을 필수물품으로 지정하고 나머지는 가맹점주의 자율구매를 완전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필요시 거래품목의 유통마진까지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신 로열티 제도를 도입해 정착시키기로 했다. 김태천 BBQ 사장은 "프랜차이즈 기본 취지에 맞는 로열티 위주의 사업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로열티 중심인 해외 프랜차이즈 사업과 달리 국내 업체들은 과도한 필수구입품목과 이에 붙는 높은 유통마진을 통해 본사만 이익을 챙겨왔다는 지적이 이어진데 대한 개선책이다.
 
하지만 이날 BBQ의 발표 내용에 대해 '이름뿐인 상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BBQ는 선제적으로 유통마진 공개에 나선 것처럼 밝혔으나 타 경쟁업체들도 공정위에 이미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원가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또 필수구입품목 축소와 유통마진 공개로 인해 줄어드는 가맹 수입을 로열티를 통해 보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필수구입물품과 마진이 크게 줄지 않고 로열티만 올라가면 자칫 가맹점의 부담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BBQ는 이날 그 동안 논란이 됐던 편법 증여 등에 대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편법증여 당사자인 윤홍근 BBQ 회장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전날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을 위해 5년간 총 9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맹점주를 위해 최저수입을 보장하고 전기료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핵심 골자였다.
 
최저수입 보장 규모를 현행 연간 5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인상해 매년 400억원을 직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24시간 운영점포의 비용절감을 위해 매년 350억원을 투입해 전기료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GS25 관계자는 "매년 750억원을 가맹점을 위해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경상이익의 3분의1에 달하는 큰 규모"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GS리테일의 영업이익은 2180억원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정치적인 대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는 28일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선물거리를 챙겨가기 위해 GS리테일이 서둘러 대책을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생안이라고 내놓는 것들이 핵심을 벗어나 수익에 크게 도움이 안되는 부분만 선심 쓰듯 하는 대책이 상당수이고 언제 실행될지도 모를 계획을 던져만 놓고 나중에 흐지부지 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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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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