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췌장에 생긴 주머니 모양의 물혹인 췌장 낭성종양은 대부분 양성이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암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어 낭성종양이 있는 췌장 일부를 대부분 조기에 수술로 절제한다. 그런데 이 낭성종양을 수술하지 않고도 내시경으로 없애는 치료법이 효과가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췌장 일부를 수술로 잘라내면 당뇨, 소화기능 장애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데 반해, 이 치료법은 물혹만 제거하기 때문에 당뇨가 생기지 않고 수술로 인한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줄어든다.
서울아산병원은 서동완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내시경초음파로 췌장 낭성종양 환자 158명을 치료한 후 평균 6년 동안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 총 141명(89.2%)의 환자에게서 종양이 없어지거나 꾸준히 관찰만 해도 될 정도로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서 교수팀이 2005년 국내 처음 시행한 이 시술법은 입 안으로 내시경초음파를 넣어 췌장 낭성종양에 미세한 침을 꽂아 안에 들어있는 물을 빼낸 후 에탄올을 넣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소량의 항암제까지 집어넣어 낭성종양 세포를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수술로 췌장 일부분을 잘라내 낭성종양을 제거하면 환자의 몸에서 췌장이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해 혈당 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당뇨병, 소화기능 장애 등의 합병증이 약 30%의 비율로 발생한다.
하지만 내시경초음파로 시술하면 췌장을 잘라내지 않기 때문에 췌장 기능이 유지돼 당뇨가 생기지 않고, 흉터가 남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회복하는 시간도 매우 빨라 시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유지된다. 또한 재발하더라도 재시술이 가능하다.
서동완 교수팀은 내시경초음파 췌장 낭성종양 제거술의 효과를 밝히기 위해 2005년 7월 이후에 췌장낭성종양 내시경초음파 제거술을 시행한 환자 중 158명을 최소 50개월에서 최대 85개월 동안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했다.
환자 114명(72.1%)에게서는 종양이 완전히 없어졌고 27명(17.1%)은 추적 관찰만 해도 될 만큼 종양 크기가 줄어들어 총 141명(89.2%), 즉 췌장 낭성종양 환자 10명 중 9명에게서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내시경초음파 시술법으로 췌장 낭성종양이 완전히 없어진 114명을 평균 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단 2명에게서만 췌장 낭성종양이 재발했으며 모두 양성이었다.
나아가 초음파내시경으로 췌장 낭성종양 제거술을 받은 158명의 환자 중에서 16명(10.1%)의 환자에게서만 합병증이 발생해 기존 수술법에 비해 합병증 발생 위험이 약 3분의 1로 줄어들었으며, 그 중에서도 15명은 가벼운 복통 등 증상이 매우 경미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동완 교수는 "내시경초음파를 이용해 췌장 낭성종양을 제거하면 췌장을 잘라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술 후에도 췌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해 당뇨병 등 합병증 위험이 크게 줄어들고, 흉터가 남지 않아 회복 속도가 매우 빨라 환자 만족도가 높다"며 "비록 이번 연구는 췌장 낭성종양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5~6cm인 경우로 한정됐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췌장 낭성종양 내시경초음파 시술법의 적용 범위를 더욱 넓혀 많은 췌장 낭성종양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저널인 유럽소화기내시경학회지(Endoscopy)에 최근 게재됐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