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삼성증권(016360)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이유로 초대형 IB 핵심업무인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주주의 재판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사유로 삼성증권이 지난달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에 대한 심사를 보류했다. 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을 말한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29.39%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이며, 이 부회장 역시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는 "특수관계인으로서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는 대주주 적격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국회 인사청무회에서 "초대형 IB 인가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종합금융팀을 신설하는 등 초대형 IB 출범을 위해 속도를 내던 삼성증권으로서는 돌발 변수에 당황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이 없음에도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내린 결정이라 당혹스럽다.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추후 인가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재판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공시할 예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법원의 1심 판결은 오는 25일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일반투자자에게 발행하는 단기금융 상품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에만 허용하는 신규 업무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 레버리지가 가능해 4조원 증권사는 최대 8조원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초대형 IB들에게 발행어음은 핵심 업무로 꼽힌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이 초대형 IB 심사에 통과되더라도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받지 못한다면 출범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 외에 미래에셋대우,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들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도 돌발 악재에 전날 보다 1350원(3.49%) 떨어진 3만7300원까지 밀렸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