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의약품 개발 산증인…"국산신약 글로벌 임상 이끌터"

(인터뷰)신대희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부사장
천연물의약품 과학화 기반 닦아…임상시험 아웃소싱 산업 도전
국내사 R&D·해외임상 활발…"글로벌 수준 CRO 필요"

입력 : 2017-08-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천연물의약품 개발 1세대, 천연물의약품 전문가로 인정받는 신대희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 Global PS) 부사장은 국내 천연물의약품 개발 역사의 산증인이다. 국산 천연물의약품의 과학화, 표준화, 규격화에 일조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30년의 경력이 이를 뒷받침 한다. 그가 이번에는 신약 임상시험 수탁연구(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CRO)에 뛰어들었다. LSK는 국내 최대 규모 CRO로 글로벌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신 부사장은 국산신약의 글로벌 진출을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솔표 우황청심원'으로 유명한 조선무약은 우리나라 한방제약기업의 효시다.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당시 박대규 조선무약 사장은 대학원생이었던 신대희 부사장을 파격 대우로 발탁했다. '하고 싶은 연구 마음대로 하라'며 연구소 과장 자리를 제의받았다고 한다. 신대희 부사장은 성균약대를 졸업, 동 대학원 제약화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시골 출신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생약학, 약용식물학에 관심이 많았다. 약대 다양한 커리큘럼 중에서 유독 이 학문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연구를 계속할 수 있어서 제약사에 입사하게 됐다. 사회 초년생답게 전세계에 팔리는 천연물 원료를 만들겠다는 당찬 목표가 있었다."
 
신대희 부사장은 1987년부터 조선무약에 입사해 제약업계 첫발을 뗐다. 조선무약 생산본부장겸 생명과학연구소 부소장까지 지내면서 소화제 '솔청수' 등 수십개 일반의약품을 개발했다.동의보감 등 한의학에 있는 처방을 이용해 한약제 과학화와 상업화을 주도했다. 우황청심원 고가 원료의 대체물질을 개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사향노루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우황청심원에 들어가는 천연 '사향' 수급이 어려워졌다. 연구에 착수해 3년만인 1997년 사향을 대신할 신물질 '엘무스콘(합성사향)'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사향은 1kg당 3000만원을 호가했다. 연간 700kg(사향노루 3만5000마리 분량)을 수입하고 있었다. 사향 원료 대체로 연 200억원 이상 원가 절감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당시 우황청심원 시장은 1200억~1300억원 규모를 형성했다."
 
신 부사장은 천연물의약품 저편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을 계속 이어갔다. 2000년 조선무약에서 나온 뒤 대화제약 중앙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겨 한방 파스를 중점적으로 개발했다. 충북테크노파크 전통의약산업센터 CEO를 지내며 천연물의약품 원료 관리와 과학화의 기초를 세웠다. 휴온스 중앙연구본부 본부장과 영진약품 R&D 본부장을 역임하며 천연물의약품 임상시험을 이끌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산하 한국천연물의약품연구회(KAHMP) 회장도 맡고 있다.
 
국내서 천연물의약품 시장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천연물의약품 1호인 SK케미칼 '조인스'가 2001년 발매된 이후 현재까지 8개 제품이 개발됐다. 천연물의약품을 개발 중인 업체는 20여개사에 달한다. 파이프라인은 50여개 이상이다.
 
신 부사장은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의약품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에도 도전했다. 영진약품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치료제는 최근 미국 FDA 2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미국에서 천연물의약품 시장은 초기 단계다. FDA에서 허가를 받은 천연물신약은 2개에 불과하다.미국 임상 시험에서 좌충우돌 경험은 글로벌 수준 국내 임상시험 대행기관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글로벌 임상시험을 할 때 외국계 CRO들과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 CRO 파트너사가 우리나라와 정서와 문화가 다른 데다가 커뮤니케이션이 비효율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해외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해 임상이 지연되면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우리나라가 제약 강소국이라는 점도 영향이 있었다. 국내에도 글로벌 임상을 수행할 수 있는 CRO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CRO는 제약사의 의뢰를 받아 임상시험 설계, 컨설팅, 모니터링, 데이터 관리를 수행하는 아웃소싱 기관을 말한다. 신약 개발 과정의 일부를 수탁 수행하면서 비용 절감과 기간 단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외 임상시험은 CRO 활용이 중요하다. 현지에 별도로 임상 설비와 인력을 갖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CRO 시장은 지난해 4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10개 글로벌 업체가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 R&D가 활발해지면서 글로벌 임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CRO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LSK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임상시험 수탁기관으로 꼽힌다. 신대희 부사장은 지난 6월 LSK로 자리를 옮겼다.
 
"좋은 기회가 닿아서 LSK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임상 기관 컨트롤 타워가 국내에 있는 것과 해외에 있는 것은 천지 차이다. LSK는 전세계 다국가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CRO다. 국내 CRO 수요가 커지면서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발전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LSK에 합류하게 됐다."
 
LSK는 현재까지 약 880건이상의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글로벌 임상시험 약 110건 이상이 포함된다. 미국 글로벌 제약사의 혁신 항암제 임상을 수주하는 등 해외업체와 견줘도 축적된 노하우와 역량을 자랑한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서 주관하는 바이오벤처 신약물질 개발 컨설팅 시범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산신약의 해외진출이 활성화되고 있다. CRO 산업의 중요성도 점점 부각될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가 한단계 도약하려면 전세계적인 국내 CRO 업체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산신약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세계화에 앞장 서겠다."
 
천연물의약품연구회_정기총회 집행부. 첫째줄 좌측부 3번째 신대희 부사장. 사진=천연물의약품연구회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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