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소방관·군인 등 특정 직업군에 대해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행태는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위험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며 항변하고 있다.
인권위는 최근 상임위원회를 열어 금융감독원에 보험업계 특정 직업군 보험가입 거부 실태를 조사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92.9%와 손해보험사의 약 60%가 가입거부(제한) 직업군을 운영하고 있다.
보험가입이 거절되는 직업군 가운데는 해경·군인·소방관·경찰·집배원 등 공공 업무 직업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미화원과 재활용품 수거업자, 자동차영업원, PC설치기사 등도 보험가입 거절 주요 직업군에 포함됐다.
보험사 대부분은 이들 직업군이 의료비 사고 발생률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높거나, 사고 발생률 통계 자체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해오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는 보험가입 희망자의 직무행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해 가입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행위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나 인권침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직종별 위험 수준을 고려하지 않으면 손해율이 높아지고, 결국 일반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위험관리는 보험사의 기본적인 책무기 때문에 위험 직업군을 거절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다"며 "위험 직업군의 위험률대로 보험료를 산출하면 보험료와 보험금이 비슷한 수준이라 보험을 가입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가입 희망자의 직무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평가 없이 일률적으로 보험가입을 거절한다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의 특정 직업군 가입 거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은행·보험사 등 금융서비스 제공자들이 직업에 따라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매년 보험사가 업무보고서를 통해 거절 직군 운영 현황, 직업별 보험가입 실적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위험직군 인수현황, 개략적인 인수기준 등을 생보·손보협회 기타공시실을 통해 공시하는 것이 의무화되고 합리적인 인수 기준 설정을 위한 직업별 사고통계도 마련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손해율에 관한 정확한 통계가 없어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소방관·군인 등 특정 직업군에 대해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행태는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