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 수주전이 중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기술력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한국 조선업계는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중국은 이번 수주로 가격경쟁력은 물론 기술에서도 한국의 턱 밑까지 추격했다는 평가다.
20일 해외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와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글로벌 해운사 CMA CGM은 최근 2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의 건조를 중국 조선사 2곳에 맡겼다. CMA CGM은 후동중화조선, 상해외고교조선과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으며, 본계약은 이달 말이다. 1척당 선박 가격은 최대 1억6000만달러(약 1825억원)로, 9척의 수주 총액은 무려 14억4000만달러(약 1조64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보다 20~30%가량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업계는 한국 조선사들의 우위를 점쳤다. 업계에 '코리아 프리미엄'이라는 용어가 통용될 정도로, 글로벌 선사들은 통상 1만TEU가 넘는 초대형 선박에 대해선 구조적 안정성을 이유로 국내 조선사를 선호했다. 현재 해운시장에서 가장 큰 2만1413TEU 컨테이너선도 삼성중공업이 건조했다. 중국은 아직까지 1만8000TEU급 이상의 선박을 건조한 실적이 없다. 이번 수주전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막판 경합까지 벌이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세계 최대 규모를 경신할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이라는 선박의 규모를 들어 중국의 가격경쟁력보다는 현대중공업의 경험과 기술력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 분석이었다.
프랑스 글로벌 해운선사 CMA CGM이 발주한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수주전에서 중국이 현대중공업을 누르고 최종 승자에 올랐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만9200TEU의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중공업
때문에 이번 패배는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충격이다. 이베스트투자는 가격이 수주전을 결정했다고 분석했으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기술력마저 중국에 따라잡혔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중 연료 시스템'이라는 최신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대어를 놓치면서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CMA CGM은 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고부가 기술인 '이중 연료 시스템' 적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순흥 카이스트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한국 조선 기술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주전을 앞두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던 현대중공업은 내부적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감 부족을 해갈할 단비에 대한 희망도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계가 낮은 선가와 정부의 선박금융 지원 등을 무기로 이번 수주전에서 앞선 것 같다"며 "현대중공업이 모처럼 나온 컨테이너선 수주에 열의를 보였던 만큼 아쉬움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감 부족은 추가 도크 중단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이르면 이번주 내로 도크 1개의 가동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울산조선소 4개 육상 도크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제4도크 운영을 최대 3개월가량 중단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가동을 중단한 군산조선소를 비롯해 전체 11개 도크 중 3개의 도크 가동을 중단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