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 산·학·연 관계자들이 최근 위기에 직면한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특히 기아차 통상임금과 관련해 기업과 산업 전반의 어려움을 고려해 판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과 정부 등에 호소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2일 오전 서울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이란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 황은영 르노삼성자동차 본부장이 완성차 업계를 대표해 참석했다. 부품업계에서는 이정우 영신금속공업 사장이 참석했고, 학계에선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수욱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과 이지만 연세대 교수가 자리를 채웠다. 이와 함께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영섭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도 참석했다.
이들은 먼저 1시간 가량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이어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자동차 산업이 왜 위기에 직면했는지에 대한 산학연 관계자들의 발언이 쏟아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이날 간담회에서 공개한 ‘자동차산업 글로벌 경쟁력 위기 상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의 내수·수출·생산은 모두 2년 연속 감소했다. 부품 수출 역시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줄었다. 공장가동률도 2014년 96.5%에서 올해 상반기 93.2%로 떨어졌다.
반면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 9213만 원으로 도요타(9104만 원), 폭스바겐(8040만 원)보다 높고, 5개사의 매출액 대비 평균임금 비중도 12.2%로 폭스바겐(9.5%), 도요타(2012년 7.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은 먼저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 “통상임금 문제는 시한폭탄이다. 법의 통상임금 정의가 백지상태라 노동부 지침 아래 노사가 협의해 최대한 인상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의를 깨고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가 신의칙을 저버린 ‘이중플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통상임금 문제가 업체에 불리하게 나오면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 부담까지 있어 산업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행정부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주길 부탁하고, 정부도 행정지침 그대로 입법화해줄 것을 간청한다”고 밝혔다.
통상임금 소송 당사자인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산업 특성상 야근, 잔업이 많은데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수당이 50%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판결을 존중해 과거 분을 소급해 지급할 수 있지만 더 큰 걱정은 미래 분”이라며 “기아차가 50% 오르면 현대차(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더 큰 노동시장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사장은 이어 “통상임금 관련 노동부 지침과 법이 달라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하나로 정리해서 불확실성을 없애 달라”고 호소했다. 통상임금 소송을 앞두고 본인 명의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과 관련해서는 “피고 대표로서 재판부에 최소한의 사정을 설명하고 의견을 피력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모인 관계자들은 또 노사관계가 불균형하다며 이를 해결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산업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수욱 서울대 교수는 “노사 관계도 변해야 한다”며 “자동차는 인건비 부담이 높은 산업이다. 인건비 부담 늘어나면 고정비가 늘어나고, 고정비가 늘어나면 새로운 제품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R&D, 투자 역량 줄어드는 게 자명하다. 협력적 노사관계의 규제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학계와 함께 노사정 협의기구를 가동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노사정 시스템은 사측이 소수라 사측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중립적 인사가 주도하는 미래지향적인 노사협의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산학연 관계자들이 22일 쉐라톤서울팔레스강남호텔에 모여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최용민기자
정진행 현대차 사장(오른쪽)과 박한우 기아차 사장이 22일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을 위한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최용민 기자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