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국민연금 수급자 확대 등의 보건·복지 이슈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젠더폭력’과 같은 여성인권까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다루는 이슈는 다양하다. 이렇다 보니 정 의원과 의원실 보좌진들은 최대 하루 9개 가량의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어떨 때는 각자 일정들 챙기느라 의원실에 사람이 없어요. 자기들끼리 ‘우리 왜 이렇게 됐을까’라는 푸념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최근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해 정 의원은 “어떤 제도 혹은 방식이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일부 야당의 반대를 재반박했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놓고도 “저소득층의 노년 버팀목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최소 가입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여성가족위 민주당 간사로 있는 정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 간 80조원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구정책이 아닌 성평등에 입각한 접근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다른 나라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 중인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신건 기자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놓고 일부의 반발이 여전하다.
어떤 제도의 핵심은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느냐다. 건강보험을 왜 드나.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어야 하고, 치료받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보험의 취지다. 그런 측면에서 보장률을 높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이 63%다. 이를 높이는 일을 부분적으로, 조금씩 해서는 힘들다. ‘비급여 항목을 가지고 오라’며 이번에 획기적인 일을 한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파서 병원에 가야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가는 일은 개선해야 한다.
건강보험 적립금이 현재 21조원인데, 이 돈을 보장성 강화에 쓰는 것이 맞는 일 아닌가. (건강보험) 흑자가 난 이유는, 병원에 가야 할 사람이 못가서다. 이 돈을 다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절반 정도만 쓰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적정수가를 도입하겠다고 했기에 의사협회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적정 수가를 줄테니 비급여를 건강보험에 포함시키자’는 것은 평소 본인들 주장에 비춰볼 때 논리적이고 정합성이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가지급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업을 관장하고,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위탁해 운영토록 하고 있다. 사실상 국가책임이지만 이번에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사태를 거치며 사람들이 많이 불안해한다. 당시 “내 연금이 어떻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화를 정말 많이 받았다. 그만큼 국민적인 관심이 높고 노후생활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국가책임이라고 볼 수 있지만, 법으로 국가지급을 보증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법을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나 미가입자들이 더 들어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저소득층의 노년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못하고 있다. 올해 5월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4명 중 1명은 실직이나 휴직 등으로 인해 납부예외 또는 장기체납 상태다. 이런 가운데 10년 간 연금을 연속으로 낼 수 있는 사람이 적다. 자영업자나 전업주부 등이 10년을 넣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최소 가입기간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정 의원은 지난 7월 노령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가입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입기간을 낮춰서 더 많은 사람이 연금 구조 안에 들어오고, 안정적인 노후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데, 이를 해소하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 ‘고령사회 대비,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생활 보장’ 등 복지 과제가 대거 포함됐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국민들의 전체적인 삶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 확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초연금 확대나 아동수당 도입 등의 정책은 향후 대한민국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 미래 청사진을 놓고 디자인이 된 것이다. 복지라는 것을 ‘써서 없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위한 관점에서 디자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인권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해 5월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이 준 충격이 꽤 컸지만 시간이 지나며 옅어지는 듯도 싶다.
그런 점이 안타깝다. 지난해 ‘스토킹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지만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가 안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발의했기에 법사위에서 논의가 당연히 되어야 하는데, 아직 안되고 있다. 관련 사건이 터지면 관심이 높아지고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금방 가라앉는 것을 보면 여성에 대한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것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가정폭력을 굉장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생각한다. 반면 우리는 가정폭력이 사소한 집안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의식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법과 제도를 만들어 선도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데이트 등의) 스토킹 관련 범칙금이 8만원이다. 물론 경찰에서 데이트사범 신고기간 등을 진행한다. 다만 자신들의 직무 관련 부분을 개정해 지시만 내려줘도 상당히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일본과의 외교문제까지 얽혀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일단은 외교부에서 절차상의 문제를 찾아보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여성가족부는 ‘어떻게 이 문제를 역사적으로 남길 것인가’에 관심이 많아서 역사관 건립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관심을 두고 보고 있더라. 1차적으로는 (위안부 합의) 과정 자체가 밝혀지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지 않나. 잘못된 과정과 결정에 의해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해야 한다는 말도 하고 있다.
우리가 계속 해야 할 일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얼마 전에도 18초짜리 관련 필름이 나오지 않았나. 그런 자료들을 계속 발굴·축적해야 한다. 전쟁 중 여성에 대한 폭력은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다. 이것을 역사로 남겨서 이후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일본과의 협상도 새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교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되기는 하지만, 일단 효력이 없기에 사실 재협상이라고 이야기할 것도 없다. 이를 통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가 필요하다. 일본은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받은 느낌이 없지 않나. 가해자가 ‘사과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들이 그것에 상응하는 배상도 받아야 한다.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지난 1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2015한일합의 무효! 화해치유재단 해산! 10억엔 반환!' 100만 시민모금 선포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80조원 이상이 들어갔고 앞으로도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지만 갈 길이 멀어보인다.
얼마 전 프랑스와 스웨덴, 독일 등 대사들이 국회 저출산포럼 토론회에서 와서 자국의 대책을 말한 적이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이, 그 나라들의 저출산 대책은 강력한 성평등 정책이라는 점이다. ‘아이를 낳으면 3000만원 준다’고 하는 것은 인구정책의 한 방안으로 접근하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것을 다른 나라들이 입증을 해준다.
프랑스의 현재 출산율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2.1명이다. 원래는 초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는 법률혼이나 사실혼, 미혼모, 한부모 가족 등 결혼 형태와 상관없이 아동과 아동양육에 대한 완전한 지원을 하도록 정책을 바꿨다. 스웨덴은 자녀양육을 부모가 같이 하게 한다. 출산휴가를 남편이 같이 쓰게 하는 식이다. 그것들이 따져보면 모두 강력한 성평등 정책이다. 포럼에 참석한 우리 의원들이 대사들에게 “독특한 다른 정책이 없냐”고 계속 물었다. 그랬더니 대사들은 “아니다. 우리는 이게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말하더라.
‘임금격차 줄이는 것이 저출산과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사결과를 보면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임금을 많이 받을수록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나온다. 아이가 평등한 세상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낳지 말라고 해도 아이를 낳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강력한 성평등 정책이 기본으로 서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가정양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아버지들이 육아휴직을 못쓰는 이유가 ‘눈치보여서’라는 답이 나왔다. 기업들의 장기적인 이익창출을 위해서도 일·가정 양립이 되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여성정책 방향과 의지는 어떻게 평가하나.
‘여성내각 30%’ 약속이 지켜진 것은 고맙고 획기적인 일이다. 다만 장관 말고 차관이나 고위공무원단에 여성들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봐야 한다. 정책 실무를 누가하느냐가 중요한데, 따져보면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 헌법개정 과정에서도 성평등 반영이 필요하다. 다른나라 헌법에 ‘선출직에 여성이 50%가 진출해야 한다’고 써있는 곳도 있는데 (개헌 과정에서) 그런 것이 필요해 보인다.
여성들이 사회 곳곳에 많이 진출하는 것은 국가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나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국가 발전을 위해 첫 번째로 꼽는 것이 성평등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계속 50% 안팎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는 사실 심각한 문제다. 성평등이 핵심 국정과제가 되어야한다.
지난 1년4개월여 의정생활을 돌아보자면.
일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는 줄기를 잡아 일을 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국회에 와서 각종 특별위원회 활동을 많이 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오자마자 가습기살균제 특위를 한 입장에서, 얼마 전 문 대통령이 피해자를 만난 것을 보고 너무 좋았다.
남은 의정생활에 임하는 각오 부탁한다.
보건복지 관련해서는 국민건강·보건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디자인이 없다는 점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국민정신건강정책솔루션 연속 토론회를 하고 있다. 신체적인 건강에 대해서는 많은 곳에서 관여하는 것과 달리,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사회적 편견이 아직 높다. 보건복지부에서 정신보건 담당하는 사람이 11명이다. 우리나라 자살율이 OECD 1위인데 부서 내 담당자가 딱 두 명이다.
건강을 말할 때 신체와 정신 모두를 말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정신건강에 대한 법률이나 정책적 문제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강제입원이 굉장히 많은데, 강제입원 관련 법 개정·시행 과정에서 논란된 점이 어떻게 됐나 관심 갖고 보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수자라서 말할 수 없는 측면들이 있다. 이들 소수자들의 일을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인데, 그 중 하나가 정신보건 관련 사람들이고 또 다른 약자인 여성이고, 그런 것이다.
여성문제에 대해 한마디만 더하자면, 껍데기는 있지만 실질화 면에서 부족하다. 실질적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법률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다. 내가 여기 왜 왔는지 잊지 않으려는 의정활동을 하려고 한다. 당 대외협력위원장으로 있으면서는 시민사회단체와의 여러 통로를 통해 우리 사회 저명하신 분들과 성공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의논하고 계획도 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건 기자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