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올 상반기 극심한 부진을 겪은 대형 건설사들이 하반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이란과 ‘신용공여 협정(FA)’를 체결하면서 자금 융통에 숨통이 트였고, 중동지역에서도 평화 무드가 형성되는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업계 맏형 격인
현대건설(000720)은 올 상반기 이란 ‘사우스파 화학’, 싱가포르 ‘매립공사’, 방글라데시 항만공사인 ‘마타바리’ 등의 계약을 완료했지만 올초 해외수주 목표대비 수주 달성률은 23.2%에 불과했다.
GS건설(006360) 역시 상반기 UAE RRE ‘화재 개보수’를 계약 완료했음에도 올초 해외수주 목표대비 수주 달성률은 25.0%에 그쳤다.
대림산업(000210)의 해외수주 목표 달성률도 18.9%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PTTGC ORP’, ‘PTTGC PO’ 등을 수주했고, UAE ‘POC’, 오만 ‘두쿰 패키지2’, 바레인 ‘밥코 정유’ 등 해외수주 계약이 대기 중이지만 올초 대비 수주목표 달성률은 36.4%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은행권에서의 해외 금융지원 움직임과 중동 시장의 정치적 갈등이 '해빙' 분위기로 전환하면서 하반기 국내 건설경기가 호전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지난 25일 이란 정부와 는 '신용공여 협정(FA·Framework Agreement)'를 체결했다. 이란 정부의 보증이 완료된 사업에 대해서 10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참여 가능한 사업분야는 ▲원유·천연가스 ▲인프라 ▲보건의료 ▲자동차·철강 등으로 기반 산업 전반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최근 중동 지역에 평화 무드가 이어지면서 건설업계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우디가 카타르에게 이란과의 단교를 요구하며 관계가 악화됐지만, 최근 사우디가 카타르와 외교활동을 재개하며 해빙 무드다.
카타르서의 리스크도 감소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카타르 ‘알부스탄’ 도로(6억달러)의 계약을 앞두고 있을뿐 아니라, 사우디 ‘마덴 암모니아’(9억달러), 싱가폴 투아스 항만(9억달러), 사빅의 EO·EG(5억달러), 사우디 ‘하위얏 가스’와 ‘하라드 가스’(22억달러) 등의 계약이 성사를 앞두고 있다.
특히 사우디 사빅은 200억달러 규모의 ‘Oil-to-chemical’ 콤플렉스 투자계획을 밝혔다. 8년만의 투자 재개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선 국내 건설사들이 최대 수혜자로 손꼽고 있다.
아울러 대림산업의 ‘이스파한’ 정유(2조원 규모)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오는 11월 본격 착공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또 최근 SK건설이 타브리즈 정유의 ‘LOA(Letter of Award·낙찰통지서)’를 수령했고, 4분기 중으로 대림산업(1조원), 현대엔지니어링(5000억원), 현대건설(5000억원) 등이 시라프 정유 프로젝트의 낙찰통지서 수령도 예상되고 있다.
한편, 국내 건설업계는 사상 최악의 해외건설 수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계약액은 지난 2014년 67조8180억원을 기록한 뒤 2015년 49조1220억원, 지난해 31조720억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2년 만에 절반 이상 감소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이후 최악의 해외수주를 기록해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다만, 올해 하반기 들어 굵직한 사업을 수주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최근 바레인 밥코 시트라 정유시설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등 해외사업 수주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