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영기 "이렇게 좋은 날에.."

입력 : 2010-02-05 오후 4:11:54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5일 정오께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24층 회의실.
 
우리은행 역대 은행장이 함께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냈다. 역대은행장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행사에는 이종휘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이팔성 우리금융회장과 역대 은행장 19명이 참석했다.
 
이 날 핵심인물은 황영기 전 행장.
 
◇ 4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역대 은행장 초청 간담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아래에서 다섯 번째가 이종휘 우리은행장, 왼쪽 위 두번째가 황영기 전 행장.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느긋하게 만찬을 즐긴 전직 은행장들이 천천히 로비층에 나타났다. 술이 한 순배씩 돌았는지 다들 불콰해진 얼굴 들이었다.
 
전직 행장들이 연배 순으로 로비층에 마련된 의자에 앉고 나머지 전 행장들은 의자 뒤에서 서서 자리를 잡았다. 플래시가 터지며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내내 웃는 얼굴이던 황 전 행장은 기자들이 갑자기 자기 주위에 모여들자 살짝 웃음을 잃다가 이내 특유의 미소를 되찾았다.
 
"우리은행에서 투자손실과 관련해 황 전 행장을 검찰에 고발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묻자 황 전행장은 이제서야 기자들이 왜 이렇게 모였는지 알았다는 표정으로 "하하, 이렇게 좋은 날에 그런 얘길 할 필요가 있나?"라며 애써 미소를 보였다.
 
"전직 임원이 이미 둘이나 검찰에 고발당했는데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도 말을 아끼며 "오늘은 그런 자리가 아니다. 다음에 더 얘기하자"며 자리를 떴다.
 
이 과정에서 황 전 행장을 빨리 밖으로 내보려내려는 우리은행 직원들과 기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황 전 행장은 다른 선임 행장들보다 먼저 차에 올라탔다.
 
이종휘 현 우리행장 역시 말을 아꼈다.
 
잊혀진 검투사, 황 전 행장은 지난달 5일 차병원그룹 총괄 부회장 겸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이사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날 오찬 자리에서는 전직 행장들이 황 전 행장과 관련된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행장 최측근은 최근 파생상품 투자손실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 검찰 수사는 황 전 행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전 행장을 초청한 현 행장, 자신이 수장(首長)이었던 은행지주로부터 부메랑을 맞고 있는 전 행장.
 
오찬자리인들 편했었을까. 운명의 장난이 어떤 결말로 갈 지 궁금하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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