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노동조합이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
기아차(000270)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1년 소송이 제기된 지 6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권혁중)는 31일 2만7424명(사망한 근로자 포함)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1조926억원(원금 6588억원·지연이자 4338억원) 청구 소송 선고 공판을 열고 "피고는 원고에게 총 4223억원(원금 3126억원·지연이자 1097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상여금 및 중식대는 소정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일비는 영업활동 수행이라는 추가적인 조건이 성취돼야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고정성이 없으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상여금과 중식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의 미지급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근로자들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되는지에 대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상호 전제한 임금인상률을 훨씬 초과해 피고는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원고들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원고들의 청구가 정의와 형평 관념에 위배되는 정도가 중하고 명확하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이르러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사측이 주장하는 '경영상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 위태' 주장에 대해서도 "모두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내용으로서, 추가 부담액이 어느 정도가 돼야 그러한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이를 인정함에 있어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결이 나오자 노조 측 변호인은 "엄격한 판결이고, 신의칙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노동자 임금의 법적 보호라는 의미가 있다. 아쉬운 점이 있지만, 재판부가 많은 부분을 인정했다. 노동자 권리가 보호될 수 있는 큰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반면 사측은 "청구금액 대비 부담액이 줄었지만,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렵다. 특히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고 납득하기 어렵다. 항소심에서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기아차 근로자들 중 일반직, 영업직, 생산직, 기술직 대표 13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사건에 대해서도 "상여금, 중식대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나, 일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된다고도 볼 수 없다"며 같은 결론을 내렸다.
앞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24명은 2011년 "연 700%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각종 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해야 한다"며 사측을 상대로 700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이자가 불어 청구금액이 1조원을 넘었다. 2014년에는 조합원 13명이 4억원대 대표소송을 냈다. 근로자 측이 전부승소하면 대표소송 결과는 전 직원에게 적용돼 업계 측은 기아차가 부담할 금액이 3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계열사 근로자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노동자 총집결 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