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산은회장, 금호 一家에 최후통첩

"주말 데드라인, 지분 처분권 위임하라"
"직원 월급 못받는데 대주주 주판 두드린다" 강력 비난

입력 : 2010-02-07 오후 12:01:11
[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7일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정상화 방안과 관련 일부 재무적투자자(FI)들과 대주주들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민 회장은 이날 신년산행을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주말까지 산업은행이 제안한 조건을 안받아들이면 기존 제시한 조건들을 모두 철회할 것"이라며 "이번 주말을 데드라인으로 이미 통보했다"고 밝혔다.
 
민 회장은 "회사를 살리는데 협조하지 않는 대주주는 (워크아웃으로) 넘겨 버리겠다"며 "일부 계열주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 금호일가에 대한 '최후통첩'
 
민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산업은행이 제시한 조건을 오늘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호석유(011780)화학 등을 워크아웃으로 바로 넘겨버리겠다는 금호그룹 FI들과 금호일가(一家)에 대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다.
 
산업은행이 제시한 조건은 FI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산은이 주도하는 사모투자펀드(PEF)에서 주당 1만8000원에 매입하고 나머지 잔여 채권은 다시 원금과 이자로 나눠 원금 부분은 무담보채권과 동일한 조건으로 처리하며 이자 부분은 원금의 70% 수준으로 계산해서 처리해주겠다는 것.
 
이를 통해 민 회장은 "산업은행은 약 1조원을 손해를 보게 되는 만큼 FI들도 조금만 손해를 보면 회사를 살리자는 것"이라며 "시장을 살린다는 입장에서 산업은행이 많이 양보했다.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 가치가 낫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손해를 보더라도 살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설은 다가오는데 협상이 지지부진해 직원들은 월급을 못받고 있다"며 "일부 계열주는 상당한 모럴헤저드로 기업회생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주판을 두드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 회장이 설명하는 금호그룹 경영정상화 과정의 진행상황은 첫째, FI들과의 협상이다. FI들과의 협상이 끝나면 대주주들과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대주주들과의 협의가 이뤄지면 비협약 채권자들과의 협상이 남아 있다.
 
민 회장은 "2월말까지는 큰 그림을 마무리짓고 3월말까지는 서류상 합의를 더 마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현재 일부 FI들의 반발이 있지만 곧 설득될 것"이라며 "채권단이 이미 금호석화의 채권이행 1년 연장에 동의했다. 이제는 신규 자금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부 계열주 '모럴헤저드' 심각..금호일가 소통 안돼
 
지난해 7월 금호그룹의 경영에 반대하다 경영일선에서 배제된 박찬구 전(前) 회장이 대리인을 통해 사재출연과 경영복귀 소식을 언론에 흘린데 대해 민 회장은 "산업은행은 상당히 실망했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문제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가장 큰 이유로 "금호그룹 일가는 내부에서 다 찢어져 소통이 안된다"며 "박삼구, 박찬구씨와 조카들 등 오너 일가들의 의견이 통일이 안되는 것"을 꼽았다.
 
일가(一家)지만 법적으로 개별주주들이기 때문에 각자의 목소리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 가운데 일부 계열주들의 '모럴헤저드'가 심각함도 지적했다. 기업회생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한다는 것.
 
민 회장은 "특정인은 거론할 수 없다"면서도 '일부 계열주'라고 강조했다. 박찬구 회장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 은행들이 워크아웃을 통해서라도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인데 일주 계열주들은 '주판 좀 두드려보겠다'는 아주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특정인을 지칭한 듯 강하게 비난했다.
 
보통 기업회생 절차는 대주주들이 먼저 대안을 마련해서 우리가 얼마를 손해볼테니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순서인데 오히려 채권단이 먼저 방안을 마련해서 '우리가 얼마 손해볼테니 대주주들이 이제 책임을 지라'고 하는 상황인데도 대주주들이 개인의 이익을 따지면서 대놓고 모럴헤저드를 하고 있다는 것.
 
◇ "설 전에 자금 나갈 것"
 
민 회장은 그러면서 "설 전에 회사에 자금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만약 설 전에 자금이 나가지 않으면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채권단은 대주주가 책임지는 것을 전제로 금호산업(002990) 2800억원, 금호타이어(073240) 1000억원 등 급한 자금을 설 전에 우선적으로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민 회장은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금융채권과 상거래채권을 모두 합쳐서 협의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상거래채권자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산업은행은 시장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등 우선적인 손실도 감수하고 있다"고 재채 강조했다.
 
이어 민 회장은 "대주주가 지분을 담보제공하고 처분권을 위임하면 MOU를 통해 경영권을 보장할 것"이라며 "그러나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계열주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채권단이 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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