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국무회의를 통해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되면서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완성된 가운데 유통업계의 표정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 등 대기업 유통매장 등은 '대목'을 잡겠다며 기대감을 잔뜩 표시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이나 골목상권은 벌써부터 매출 걱정이 앞서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 추석이 시작되는 10월 3일 전날인 2일을 임시공휴일로 공식 지정되자 백화점 등 대형 유통기업들은 '대목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황금연휴'에 쇼핑이 늘어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을 당시에도 황금연휴 기간 전반적으로 백화점 매출이 큰 폭으로 뛰었던 선례가 있어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5∼8일 나흘간 롯데백화점 매출은 67% 증가했으며,
현대백화점(069960)과 신세계백화점도 각각 46%, 33% 매출이 늘었던 바 있다.
특히 이번 연휴는 연중 최대 '대목' 중 하나인 추석 명절인 데다 오는 28일부터 내달 21일까지 진행될 '코리아 세일 페스타'라는 대대적 세일 기간과도 겹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연휴에 맞춰 세일을 진행하고 대대적인 판촉 행사와 이벤트를 준비해 고객을 불러모을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미 10월 2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세일 등의 프로모션을 준비해 왔다"며 "이번 연휴를 계기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규모가 더 큰 복합쇼핑몰도 호재가 예상된다. 대부분이 다양한 가족단위 체험형 공간으로 무장하고 있어 연휴기간 가족단위 고객이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대형마트도 임시공휴일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139480)에 따르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지난해 5월 6일 당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다. 올해 5월 연휴(4월 29일∼5월 9일)에도 매출이 16.1% 늘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최대 위기에 몰린 면세점 업계에도 황금연휴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번 연휴 기간에 역대 최대 규모 해외여행이 예상되고 있어 내국인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편 전통시장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도 한숨이 깊어져 가는 분위기다. 추석이 대목이긴 하지만 제수용품 구매량은 한정돼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휴가 더 길어져 예상보다 손님이 더 없을까봐 걱정하고 있다.
서울 화곡동 남부시장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장모씨(60)는 "과거에도 연휴가 길어지면 대형마트 등은 규모가 큰 업체들은 할인행사도 더 크게 하지 않느냐"며 "우린 그럴 여건도 못 되고 이번 연휴 때도 사람들이 다 대형마트로만 갈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도심가 자영업자들도 황금연휴 소식은 오히려 '날벼락'이 되고 있다.
쉬는 날이 길어질수록 행락지 인근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당 매출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식당 문을 닫을 수도 없는 상황에 오히려 인건비 비용 부담만 늘어나는 경험을 과거에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손모씨(61)는 "5월 황금연휴때도 힘들었는데 이번 추석은 더할 것 같다"며 "연휴가 길어 너도나도 교외나 해외로 나갈텐데 우리같은 시내 식당은 10월 장사를 개점휴업 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고 하소연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내수 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한다고 하는데 내수 진작을 어떻게 시킬지 계획이 없다 보니 골목상권만 텅텅 비게 되는 악순환"이라며 "임시공휴일 지정 의미가 퇴색되지 않고 내수진작 취지를 위해서라도 골목상권에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정부가 제시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황금연휴 기간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