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원유공급 중단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병원 등 민간분야 피해가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양자회담과 확대회담을 갖고 이와 같은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안보리 제재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이번에는 적어도 북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아무리 압박을 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북에 1년에 4만톤 정도의 아주 적은 미미한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하고 규탄하고 있다”면서 “다만 원유중단이 북한의 병원 등 민간에 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차 문 대통령은 “북한이 6자회담에 응하지 않아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한 바도 있었다. 그 후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했었다”며 “북한이 아무리 핵을 개발해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다면 체제 보장이나 북한 주민들의 행복을 바라는 건 매우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한·러가 같은 입장에 있다고 본다”며 “어떻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고 올지에 대해 저도 더욱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확대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정상은 사전에 열렸던 한·러 경제공동위원회 결과를 보고받았다. 경제공동위에는 한국 대표단으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13개 관계 기관이 참여했고, 러시아에서는 부총리 겸 극동전권 대표와 극동개발부, 에너지·교육과학부 등의 부처가 참여했다.
경제공동위는 한-유라시아 FTA 추진을 위한 한·러 공동작업반 구성에 합의했으며 올해 10월 개최 예정인 유럽경제공동체(EEC) 5개국 총리회담에서 러시아 측이 한-유라시아 FTA를 적극 지지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또 가스관과 전력망,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등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한 협의 채널 재개 및 공동연구 수행 등을 진행키로 했다.
극동지역 인프라 사업 등에 우리 기업 지원을 위해 3년 간 20억불 규모의 극동 금융 이니셔티브를 신설키로 했고, 한·러 전력망 사업에 대한 사전 공동연구 실시, 극동지역 주 정부와 한국의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증진 강화를 위한 한·러 지방협력포럼을 내년 개최에도 합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한·러 협력 관계가 남북과 러시아 3각 협력차원에서 다뤄져 왔으나 남북 관계가 좋지 못하면 한·러 관계마저 정체되는 상황”이라며 “한·러 협력 자체를 목표삼아 양국이 협력하되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강경화 외교 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 장관의 협정·MOU서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