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정재훈 기자] 골판지 원지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폐지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원지 가격을 인상한 메이저 4개사가 가격 인상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10일 다수 판지사들에 따르면 원지사 가운데 맏형 격인
신대양제지(016590)에서 원지를 공급받는 판지사들이 원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판지사 관계자는 "최근 신대양제지와 대양제지가 기계점검을 이유로 골심지 생산라인을 중단하면서 원지를 공급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다만 원지사 계열에 있는 판지사들은 원지 공급량에 어려움 없이 원단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지사 대표도 "기계점검을 이유로 들며 표면지만 생산하고 있어 골심지 부족현상이 일고 있다"며 "점검은 평소에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성수기인 추석 앞두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신대양제지가 포함된 대양그룹 외
아세아제지(002310)그룹,
태림포장(011280)그룹,
삼보판지(023600)그룹 등 4대 메이저는 올 2월에 이어 이달부터 원지값을 20% 가량 인상키도 통보한 상태다. 판지사들에게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폐지가격 급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원지의 공급단가를 조절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골심지 등 원지를 생산하는데 있어 주원료 60~70%가 폐지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폐지의 가격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가격 인상을 내세울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기계 점검을 이유로 또는 특정 원지 생산을 줄이면서, 전체 원지 공급량을 부족하게 하는 것 아니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단법인 한국재활용지수출입협회에 따르면 미국발 폐지의 국제 가격은 지난 7월 톤당 최고 300달러까지 달하던 것이 이후 급격하게 감소되면서 지난 8일 기준 230~240달러로 20% 가량 하락했다. 이 때문에 국제 가격에 영향을 받는 국내 거래 가격도 하락 추세라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엄백용 한국재활용지수출입협회 이사장은 "중국에서 외국산 폐지 수입을 일부 금지를 하거나 수입된 품목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의 제지사들이 수입량을 급격히 줄이고 그 영향으로 인해 중국 국내 폐지 가격은 급등했다"며 "결국 한국 내 폐지 수출량은 급감하고 있어서 가격 상승요인이 없다. 폐지값 상승으로 원지값이 오른다는 것이 성립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달 중에는 중국으로의 폐지 수출량이 올 상반기 대비 50% 미만 수준으로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지난 9일 경기도에 위치한 신대양제지에서 기자가 만난 한 관계자는 "한 두 시간씩 정기적으로 기계 점검을 하는 것일 뿐, 점검 때문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일은 없다"면서도 "최근 대양제지공업(대양그룹 내 또 다른 원지 계열사)에서 기계 점검이 길어져 16시간 정도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신대양제지 시화공장. 사진/정재훈 기자
임효정·정재훈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