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지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체결된 10·4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을 앞두고 그 의미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한반도 주변 긴장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공동선언의 합의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체결한 10·4 남북공동선언은 8개 항으로 구성됐다. 합의문에는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과 한반도에서 긴장완화,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경제협력·인도주의 협력사업 적극 추진, 사상·제도의 차이를 초월한 상호존중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6일 “한반도 긴장상황을 평화로 전환하는데 있어서 양측 정상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추구하는 등의 의미가 있다”며 “이러한 정신이 이명박정부 들어서 중단된 것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10·4 선언의 주목도가 높아지는 것은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남북 간 기존 합의를 존중하며 이행 의지를 보이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진행된 10·4 선언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10·4 선언은 한반도의 평화지도이자 전쟁과 반목의 역사를 걷어내고 평화와 공동번영의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가자는 남북의 공동선언이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10.4 선언 합의 중 많은 것은 지금도 이행 가능한 것들"이라며 "특히 평화, 군비통제 분야에서 합의한 군사회담의 복원은 긴장완화를 위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협력 필요성도 역설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은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10·4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이날 행사가 노무현재단과 통일부, 서울시 공동주최로 열린 것은 남북관계의 변화조짐을 보여준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기 9년 간은 행사가 노무현재단 주최 민간행사로 치러졌다. 이에 대해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자리인 점을 감안해서 통일부가 노무현재단 등과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주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입법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6일 ‘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본회의에 회부했다. 개정안에는 남북관계 발전 필요성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 확대를 위해 다양한 홍보방안을 마련·시행토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들이 남북 간 실질적인 긴장완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섣부른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정권 하에서 길이 막힌 개성공단·금강산 사업 재개 시점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민간 대북사업체인 현대아산 관계자는 “좋은 시절이 올 때를 대비해 하나씩 준비하며 기다리는 중”이라며 “미래를 예단하거나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내달 10일 북한 노동당창건일 전후로 추가도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변수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이완영 의원(자유한국당)은 “10월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가정보원에) 물어보니 '아직 정확한 것은 보고할 수 없고 어느 정도인지, 몇 천㎞인지 알 수 없으나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보위에 참석한 국정원 북한담당 국장은 "추석에 집에서 쉬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10월4일 노무현 대통령(왼쪽)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뒤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