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SK케미칼(006120)이 백신 부문에 뛰어든 지 10여년만에 사업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기술을 이용한 4가(바이러스 4종 예방) 독감백신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희소성이 높은 프리미엄 백신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백신 국산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지난달 29일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의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돌입해 연내 국내 병·의원에 공급할 예정이다.
스카이조스터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를 인체에 해가 없을 정도로 약독화(바이러스 인위적 약화)시킨 생백신이다. SK케미칼은 만 50세 이상 총 842명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대상포진 백신은 글로벌 제약사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2006년(국내 2013년) 출시된 MSD의 '조스타박스'가 유일한 대상포진 백신이다. 스카이조스터가 전세계 두번째로 개발된 대상포진 백신인 것이다. 전세계 대상포진백신 시장은 약 8000억원 규모다.
SK케미칼은 향후 세계보건기구(WHO) 저개발국가 필수의약품 조달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WHO가 저개발 국가에 공급하는 의약품 시장은 약 4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 시장에 진출하려면 의약품 품질 사전적격심사(PQ)를 인증받아야 한다. SK케미칼은 PQ 인증을 검토하고 있다. 개별 국가 진출도 추진한다. 현재 동일 성분 제품으로 유소아 대상 수두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해 국내를 포함해 말레이시아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SK케미칼은 백신 부문 업력이 10여년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수준으로 R&D가 도약했다는 설명이다. SK케미칼은 1987년 삼신제약을 인수하면서 제약 사업에 진출했다. 2006년 혈액 및 백신제제 전문업체인 동신제약을 인수해 백신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2008년부터 의약품 사업 역량을 백신 부문으로 선택과 집중하기 시작했다. 총 4000억원을 투자해 백신 연구개발에 돌입했으며, 경북 안동에 2013년 백신공장 L HOUSE를 완공했다.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의 기반 기술과 설비를 보유했다.
SK케미칼의 첫 백신은 2015년 출시된 '스카이셀플루'다. 스카이셀플루는 국내 최초 세포배양 독감백신이다. 세포배양은 닭 유정란 대신 동물 세포를 사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백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듬해 세계 최초 4가(바이러스 4종 예방)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를 출시했다.
SK케미칼은 독감 등 필수예방 백신뿐만 아니라 고가의 프리미엄 백신(필수예방 외 기타 예방 백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필수예방 백신은 저개발 국가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WHO 등의 가격통제에 따라 수익성이 낮다는 특성을 보인다. 이와 달리 프리미엄 백신은 고마진, 고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일부 회사들이 독점하고 있으며, 진입 장벽도 높다.
SK케미칼은 지난해 폐렴구균 백신 '스카이뉴모'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개발된 첫 프리미엄백신이다. 스카이조스터는 두번째 프리미엄 백신인 셈이다. SK케미칼은 로타바이러스, 자궁경부암, 장티푸스, 수두 등 질환 프리미엄 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프리미엄 백신 파이프라인은 모두 희소성이 높아 개발 성공 시에 글로벌에서 시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대상포진백신의 시판 허가로 우리나라는 전체 28종의 백신 중 절반인 14종의 백신을 국내에서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며 "다양한 프리미엄 백신을 추가 개발해 백신 주권 확립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