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첫 한국인 최고경영자(CEO)인 박동훈 대표이사 사장이 오는 31일부로 사임한다. 새 대표이사에 도미니크 시뇨라(Dominique Signora) CEO가 선임됐다. 사임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올해 들어 부진한 내수시장 실적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자로 현 박동훈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취임한지 1년 6개월만이다. 그를 대신해 '재무통'으로 알려진 도미니크 시뇨라 글로벌 RCI 뱅크앤서비스(Bank & Service) 부사장이 내정됐다. RCI는 르노삼성 계열 금융사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직원들도 모를 정도로 박 사장의 사임이 급작스럽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임 이유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4월 사장에 선임됐다. 2000년 회사 설립 이후 16년 만의 첫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로 화제가 됐었다. 그는 부사장이었던 2013년, 스페인에서 생산하는 르노 캡처를 QM3로 국내에 선보여 국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개척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SM6와 QM6를 성공적 출시하며 내수판매 확대를 이끄는 등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그 결과 2013년 6만대 수준이었던 르노삼성의 내수판매는 지난해 11만대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매출 6조2484억원, 영업이익 4175억원으로 이는 전년대비 각각 24.5%, 28.0%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초소형 전기차인 트위지를 제외하고는 신차를 출시하지 못하면서 내수시장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소형 해치백 클리오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이에 올 1~9월 누적판매 기준 내수시장에서 르노삼성(7만1204대)은
쌍용차(003620)(7만3929대)에 밀려 꼴등을 차지했다. 지난달에도 르노삼성은 7362대를 판매하며 쌍용차(9465대)와 한국지엠(8991대)보다 판매량이 적었다.
또한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재직 시절 벌어졌던 배기가스 조작 논란과 관련해 박 사장이 느꼈던 부담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지난 8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이로 인해 주 1회 재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대신해 시뇨라 신임 대표가 다음달부터 르노삼성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시뇨라 신임 대표는 프랑스 에섹(ESSEC) 경영학 석사(MBA)를 졸업하고 1991년 르노에 입사한 금융 및 재무통으로 현재 글로벌 르노 계열 금융사인 RCI뱅크앤서비스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RCI코리아 사장을 맡으면서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이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르노삼성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