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리스 지원 '원칙적 합의'에 그쳐

세부 지원 방안 결여..시장 반응 '썰렁'

입력 : 2010-02-12 오전 9:46:26
[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유럽연합(EU)이 그리스 구제에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원책 없이 지원 의사만을 밝힌 채 끝나 원칙적인 합의에 그쳤다는 평가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정상회담을 가진 EU 정상들은 한 목소리로 그리스를 지원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헤르만 판 롬파위 EU 상임의장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EU가 그리스에 대해 '분명하게 일치된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판 롬파위 의장은 “그리스가 공식적인 지원을 요청하지 않은 상황에서 EU가 분명한 약속을 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EU는 정치적 성명을 통해 그리스 지원 의사를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가 재정적자 축소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유럽 집행위원회(EC)와 유럽중앙은행(ECB)이 함께 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 상황을 면밀하게 감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의 그리스 지원을 주도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그리스는 EU의 일부로 EU는 그리스를 홀로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지원을 위해선 그리스가 EU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귀도 베스테벨레 독일 부총리도 "EU의 그리스 지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독일 납세자들이 그리스에 백지수표를 끊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지원에 따른 엄격한 조건을 제시할 것임을 시사했다.
 
회담에 앞서 "어떤한 조치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던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EU가 그리스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투기세력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EU가 그리스 지원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상승 출발 했던 유럽 증시는 정상회담 결과가 정치적 선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며 약세로 돌아섰다.
 
영국 FTSE 100지수는 0.6% 상승한 반면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는 각각0.5%와 0.4% 하락했다. 재정 위기가 부각된 스페인의 경우 낙폭이 더 컸다. 스페인 IBEX35지수는 1.5%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도 전일 대비 0.9% 하락했다.
 
안드리아스 리스 유니크레디트 연구원은 “그리스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나와야 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시장의 우려를 덜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 사태 해결을 위한 세부사항은 오는 16일(현지시간) 열리는 EU 재무장관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jjwinw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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