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어른 뿐 아니라 소아청소년들도 다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정신과 증상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소아에서 자주 나타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더 이상은 낯선 용어가 아니게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ADHD에 대한 올바른 이해나 치료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ADHD 아동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음에도, 정신과 질환에 대한 편견이나 치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으로 약물치료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이 ADHD 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메칠페니데이트’에 대한 잘못된 정보이다. 이 약이 과거 강남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오남용 된다는 기사가 소개되면서 관계당국이 오랜 감시와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오랜 기간 수사에도 불구하고 적발 케이스가 없어 기사가 근거 없이 날조된 것이라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 밝혀졌다. 과연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면 없는 기사를 날조해도 되는지, 계급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ADHD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요법의 안전성과 주의사항을 강조하며,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올바른 정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알아두어야 할 것은, ADHD의 경우 일차적인 치료법이 바로 약물요법이라는 점이다. 반면 약물에 대한 거부감으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될 경우, 아이는 집중력장애나 학습능력 저하, 우울장애, 자살 등의 심각한 문제에 당면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이미 2013년 하버드 의대 비더만(Biederman) 박사 팀의 연구에 의해 밝혀져 있다. 박사 팀은 메칠페니데이트를 투여한 아동 뇌를 자기공명영상으로 촬영한 29개 케이스를 분석한 결과 ADHD 치료제는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뇌를 보호하고 정상화 시킨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014년 하버드 의대 윌렌스(T. Wilens) 교수도 “ADHD약이 장기적인 치료효과가 있다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다”고 밝혔으며, “약을 먹지 않는 ADHD 청소년은 종종 학업 실패, 자존감 감소, 반사회적 행동 및 위험 감수 행동 증가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다만 ADHD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치료를 진행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치료 중간에 부모 임의로 약물을 중단하거나 뉴로피드백 등의 검증되지 않은 다른 치료법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아이에게 위험을 안겨줄 수 있다.
한편 국내 전문가들이 ADHD 치료약에 대해 이처럼 과학적 사실과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진 이유를 분석해보니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
첫째, 과거 정신과 이 약이 부작용도 많고 치료효과가 충분치 않았던 점을 새로 나온 ADHD 약도 비슷하게 중독성, 내성이 있지 않을까 오해하게 된 점.
둘째, 민간 및 전통의학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 신체를 둘로 나누어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체는 피를 뽑고, 사진을 찍고 약을 먹고 하는 것을 당연시 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는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약으로 바뀌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전통의학은 ‘두한족열’ 이라고 해서 뇌는 별다른 기능이 없고 냉각시키는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셋째,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나름이다’ ‘하면 된다’는 군사독재 문화가 아직도 남아서 약으로 행동을 조절한다는 것은 심약한 것이므로 부끄럽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남아서 그렇다고 한다. 군사독재의 잔재는 아이들 치료에도 아직 생생히 남아있다.
고경록 기자 gr764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