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유한양행(000100)의 도입의약품 의존도 심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1200억원 규모 글로벌 신약 등을 또 도입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1위 업체가 신약개발은 뒷전이고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입약 도입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120여년 제약업력 최초로 1~3분기 별도기준 누적 매출(1조785억원)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조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돼 최대 매출 경신이 확실시 된다. 유한양행은 2014년(1조82억원) 최초로 단일법인 1조 매출 달성했다. 2015년(1조1109억원)과 2016년(1조3120억원) 3년 연속으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수입약 등 도입의약품 유통·판매에 의존한 사업구조는 한계로 지적된다.
유한양행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 대비 도입의약품 72.6%로 업계에서 가장 높다. 전년 동기(71.9%) 대비 0.7%포인트 상승했다. 상장 제약사의 도입의약품 비중은 평균 40% 정도다. 최저는 한미약품으로 8% 불과하다.
현재 유한양행이 팔고 있는 도입의약품은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1170억원)',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치료제 '트라젠타(900억원)'와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8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도입의약품 비중은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길리어드의 총 1200억원 규모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를 추가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두 제품 도입으로 유한양행에 500억원 이상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는 지난달 '렌플렉시스', '브렌시스' 등 바이오시밀러 2종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CEO) 체제여서 단기 성과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유한양행은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1971년 사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유한양행을 이끌고 있는 이정희 대표는 21대 CEO다. CEO 체제는 3년마다(임기 연장 최대 6년) 변경돼 R&D 장기투자가 어렵다는 한계를 보인다. M&A를 시도하거나 한 신약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본을 집약하는 등 중대한 의사결정도 내리기 쉽지 않다.
유한양행은 이런 신약 R&D 연속성의 한계를 유망한 외부업체와 파트너십으로 극복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지난 5년 간 바이오업체 등에 공동개발을 목적으로 투자한 금액은 약 15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신약 파이프라인이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1조원을 넘어서 국내 제약업계에 규모의 경제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1위 업체로서 업계를 선도하기 위해선 단순 수입약 유통에만 매달리지 말고 전문적인 신약개발 전문업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