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인이 최근 사표를 내고, 스타트업 회사를 차렸다. 30대 초반나이, 더 늦기 전에 자신이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고 싶었단다. 십여년 일하면서 모아둔 자금과 대출, 투자 등을 받아 작지만 자신의 사업체 운영을 시작했다. 혹여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도전정신이라고도 했다.
직장 생활때와 달라진 점은 1분, 1초를 허투로 쓰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회사를 다닐때는 빨리 퇴근하고 싶고, 휴가 가고 싶다는 생각 뿐 이었는데 지금은 좀 더 배우고, 공부하고, 사람 만날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교육도 찾아다니며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웠다.
그런데 그는 교육현장에서 만난 20대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실제로 창업이나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 교육센터를 찾는 학생들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수료를 했다는 '스펙쌓기'를 위해서 찾을 뿐이지 적극적인 의지나 진심을 갖고 대하는 학생을 찾는 것은 바늘구멍 찾기라는 이유다.
실제 한국사회의 암울한 미래가 청년층 인식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통계청이 '2017년 사회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13~29세 청년이 선호하는 직장은 첫째가 공무원이었다. 4명중의 1명이 공무원을 희망했으며 공기업, 대기업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벤처기업에 들어가거나 창업을 꿈꾸는 이는 드물었다.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도 수입과 안정성이다. 20~39세 청년들 모두 수입과 안정성이 중요했다. 발전성과 장래성은 거의 보지 않고, 적성과 흥미도 뒷전으로 밀렸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오래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회사가 꿈과 비전보다 중요해졌다.
사실 예견된 결과다. 도전대신 안주 밖에 할 수 없는 사회 환경이 만들어낸 한국사회의 '민낯'이다. 최근 고용지표를 보면 취업준비생 등을 아우르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가 21.5%로 가장 높았다. 취업하기 힘드니 '안주'할 수 있는 직장을 원하는 게 당연할 테다.
정부가 최근 창업에 도전할 수 있고, 보상받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혁신창업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실패해도 재기 가능토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이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청년들을 도전하도록 독려하는 환경구축이 우선일 것이다. 다음 통계 발표 때는 공무원을 희망하는 학생이 줄어들고, 창업해보겠다는 청년들이 늘어나있는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까.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