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신경내분비종양)을 앓아오던 중, 결국 사망에 이르러 세계를 비탄에 빠지게 했다. 스티브잡스는 췌장암 진단 이후, 현대의학이 아닌 대체의학에 지나치게 의존했다가 생존 기간이 더 단축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잡스는 췌장암 진단 후, 수술을 거부하고 대체의학 전문가의 말을 따라 극단적 채식주의자로 전향, 견과류와 물만 먹는 선택을 했다. 이후 채식, 침술, 한방 치료, 장세척, 당근과 과일 주스에 의존했던 잡스는 9개월이 지나서 수술을 받았으나, 암이 이미 췌장 전체와 간까지 전이되어 결국 사망했다.
스티브잡스 사망 당시 미(美)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람지 암리 하버드 대학 의과대학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잡스의 암은 적절한 치료에 의해 나을 수 있었는데도, 대체의학을 택한 탓에 너무 일찍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현대 의학을 외면하고 대체의학에 의존한 잡스가 초기 제거가 가능했던 종양을 간까지 확산시켜 결국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국내에서도 최근 적잖이 발견되고 있다. ‘안아키’ 사태로 불리는 육아맘들의 잘못된 대체의학 의존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소아정신과 분야인 ADHD와 틱 장애, 자폐 등의 질환에서도 여전히 대체의학을 선택했다가 후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DHD나 틱 장애, 자폐 등의 소아정신과 질환은 확실한 질병으로, 약물 치료나 상담 위주의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개선되는 질병이다. 그럼에도 대체의학을 파는 사람이 안전한 치료법을 근거 없이 중독, 의존성이 있어 추천하기 어렵다는 근거 없는 논리로 공포심을 조장하고 정신과 기록이 남으면 취업, 입학이 안 된다는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아무리 이성적이고 냉철한 사람이라도, 주변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자주 듣다보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소아정신과 질환의 치료법으로 대체의학을 선택하는 이들 대부분은 소아정신과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좌우 뇌 불균형’ 이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약물로 아이가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한다.
하지만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은 “소아정신과에서 처방되는 약물은 치료에 대한 근거가 확실하고, 장기 복용에 따른 위험한 부작용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치료를 마치고 5년 후에는 보험가입도 가능하다”라며,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보험 적용을 받는 안전하고 검증된 치료가 더 확실한 치료 방법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경록 기자 gr764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