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4개월 만에 한국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이 원화 강세 흐름에 다시 차익실현에 나설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거두기보다 환율 상승 수혜를 볼 만한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2140억원을 사들였다. 지난 16일(2866억원)과 17일(5554억원)에 이어 3일 연속 매수세다. 지난 7월부터 3개월 연속 매도했던 외국인은 지난달 3조460억원을 사들인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이날까지 1조208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처럼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원화가 저점을 찍었다는 해석이 나오면 외국인 차익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싼 값에 원화 자산을 산 뒤 가장 비싼 구간에서 매도하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10(0.28%) 오른 1100.6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7일(1097.50원)에는 작년 9월 29일 이후 14개월여 만에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내려가며 추가 하락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흐름이 경기 회복 추세와 연동한다는 점에서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환율 하락이 일정부분 달러 약세 때문이라는 점에서도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내 수출업종이 입을 피해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3%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국내 경제에 대해 잇따라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외국인 유입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환율 상승으로 수출주가 쉬어가는 동안 내수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가 이어질 전망이다. 류용석 KB증권 연구원은 "수출업체가 피해를 입는 반면
CJ제일제당(097950)을 비롯한 수입 원재료를 쓰는 내수업체는 원가 하락 수혜로 매기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 해제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부터 내수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호재가 겹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화 강세로 4분기 수출기업의 순이익 예상치는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장기업 매출에서 IT를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환율 2% 내외 하락은 기업 순이익 전망치 하향조정 요인"이라며 "내수기업에는 원화 강세가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며 부정적 영향이 일부 상쇄되겠지만, 대형주 위주의 장세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원화 강세 흐름에 차익실현에 나설지 주목된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10(0.28%) 오른 1100.60원에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