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상자 시장 출혈경쟁 여전…판지사 '부진의 늪'

가격인상 단행한 원지사 실적 희비…신대양제지 '흑자전환'

입력 : 2017-11-22 오후 6:10:46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골판지시장에서 원단과 상자를 제조하는 판지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원지가격은 인상됐지만 산업구조 말단에 있는 골판지 상자가격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대기업계열의 판지사들은 당장의 실적악화를 감안하더라도 낮은 가격으로 상자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복안이다.
 
골판지 대기업 계열의 판지사들이 올 3분기 일제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22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양그룹 내 판지사인 대영포장(014160)은 올 3분기 21억63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영업이익 60억3300만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태림그룹내 판지사인 태림포장(011280)의 올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371억4300만원, 16억3800만원으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63.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7% 감소했다. 덩치만 커졌을 뿐 수익성은 악화된 것이다. 같은 기간 삼보판지그룹 내 판지사인 삼보판지(023600)는 매출액 298억8200만원, 영업손실 7억8817만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실적부진이 이어지는 데는 원지가격은 인상되고 있지만 골판지 산업구조 말단에 위치한 상자에는 인상된 가격을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지, 원단, 상자로 산업구조가 형성된 골판지시장에서 메이저 4개사(대양그룹, 아세아제지, 태림포장, 삼보판지)는 이 모든 단계를 수직계열화로 구축하고 있다. 이들의 각 산업구조 단계별 시장 점유율은 원지 시장 80%, 원단시장 70%, 상자시장 30% 등이다. 이미 과점하고 있는 원지 시장에서는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자시장에서는 가격인상을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90여개 중소판지사와 2400여곳의 박스업체들의 경영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대기업 계열 판지사들이 수익 부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그룹 내 원지사들의 실적 덕분이다. 원단, 상자를 제조하는 판지사의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산업구조 상단에 있는 원지 부문에서 실적을 만회하면 되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대양그룹 내 원지사인 신대양제지(016590)는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신대양제지의 올 3분기 매출액은 867억9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9.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8억27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상장사인 대양제지(006580)아세아제지(002310)는 올 3분기 다소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대양그룹 내 대양제지공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58억3400만원, 5억5600만원으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2% 감소했다. 아세아제지의 매출액은 1252억7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9.7% 증가한 반면 14억94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대기업계열 가운데 또다른 상장된 원지사인 대림제지(017650)의 경우 아직 실적 발표 전이다.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거둔 판지사와 달리 원지사들은 실적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하지만 원지 가격인상은 지난 9월부터 반영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원지사들의 4분기 실적은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정부는 적합업종 법제화 등을 통해 대기업계열이 지배하고 있는 골판지 시장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안을 모색 중이다. 원지, 원단, 상자 업계간 상생협의체 구성, 일정 규모의 상자시장에 대기업 진입 자제 등이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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