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하는 바닷모래 채취 논란)"바다 생태계 파괴, 더 이상 방치 안된다"

입력 : 2017-11-23 오후 6:22:21
[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경제적배타수역(EEZ)에서의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최근 골재채취업계는 건설에 필요한 모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바닷모래채취 재개를 정부에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바닷모래 채취가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남해 EEZ 뿐 아니라 태안, 인천 등에서도 민간업체의 바닷모래 채취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바다골재협의회는 바닷모래 채취가 환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채취 재개를 요구했고, 10월부터는 서해 EEZ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다시 시작됐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과 전문가들은 이들이 제시하는 근거가 터무니 없는 연구 결과에 불과하며 실제 피해는 막심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바다골재협의회가 근거로 내세우는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의 어업피해조사 연구용역은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해양생태 피해는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하지만 이 연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구는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14년 12월에 발간한 '남해EEZ골재채취단지의 해양생태계구조 및 부유사거동 연구(1차년도)'에 따르면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곳에서는 19종의 어종만 발견됐다. 모래를 채취하지 않는 곳의 36종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앞서 2010년 국립수산과학원이 실시한 '해사채취 친환경적 관리방안 연구(부제:수산자원분포 및 변동연구)'에서도 바닷모래 채취가 해양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연안과 근해의 골재 채취가 가능한 해역은 다양한 새우류의 서식으로 풍부한 먹이가 있어 저어류, 특히 가자미류와 까나리, 장어류 등의 산란장과 성육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라며 "해사 채취는 저어류의 산란장 및 성육장 등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붕장어통발과 저인망 등의 어업활동을 저해함으로써 어업인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올 7월까지 민간업체에 바닷모래 채취를 꾸준히 허가, 오히려 채취량을 늘리게 했다. 골재채취·건설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에 의해서다.
 
그 결과 해양생태계는 급격히 나빠졌다. 국토교통위원회 최인호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5286톤이던 남해EEZ 구역 어획량은 지난해 2769톤으로 급감했다.
 
김임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은 "바닷모래 채취 중단 이후 남해EEZ 모래채취의 영향을 직접 받아온 6개 조합의 올해 위판량이 8월말 기준으로 전년보다 15%가량 늘어났다"며 "이건 어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계속해서 바다를 파헤치면 우리 후손들은 우리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를 먹지 못하는 비극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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