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최근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금융권 M&A 시장에 큰 장이 들어설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잇따라 선임된 금융사 CEO들은 주요 경영전략 중 하나로 M&A를 꼽았다.
지난 1일 '민선 2기' 우리은행을 이끌게 된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2020년까지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M&A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종합금융그룹으로 가려면 비은행 자회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과점주주 이사회와 협의해 단계적으로 M&A를 하려고 한다. 자산운용사를 우선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 역시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과감한 M&A도 염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회장은 검토 중인 M&A 분야에 대해 "무차별하게 보고 있다"며 "기회만 생긴다면 국내외 가리지 않고, (M&A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KB금융의 생명보험 분야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보완할 기회가 생기면 모든 것을 열어놓고 보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인수 가능성이 높은 생명보험사 M&A 매물로
아이엔지생명(079440)(ING생명)을 꼽고 있다. ING생명의 현재 몸값이 2013년 MBK파트너스가 인수했을 때보다 높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으나 인수 성공 시 업계 5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ING생명은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 2012년 인수를 시도했으나 이사회 반대로 무산된 곳이기도 하다.
KB금융과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신한지주(055550)(신한금융지주) 역시 M&A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2007년 LG카드(현 신한카드) 인수에 성공한 이후 보수적인 M&A 전략을 유지해왔다.
이와 관련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9월 창립 16주년 기념사를 통해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M&A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M&A에 나설 매물로 증권사와 손해보험사를 꼽고 있다.
이처럼 금융사 CEO들이 M&A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 속에서 우위를 차지하기에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사들은 M&A를 통해 그동안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분야를 보강, 리딩금융 지위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왔다.
신한금융의 경우 LG카드 인수 이후 신한은행과 함께 두 축을 이뤄 최근까지 국내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왔다.
KB금융은 윤 회장 취임 이후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M&A에 성공하며 KB금융의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3분기에는 2조7577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금융 지위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27%였던 KB금융의 비은행 이익비중은 올해 3분기까지 34%로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경우 금융지주 출범을 위해 향후 M&A 시장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만큼 취약 부분 보강 차원에서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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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