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 11월30일부터 3일까지 중국공산당과 세계정당 고위급 대화를 개최했다. '인류운명공동체 건설과 아름다운 세계 공동 건설: 정당의 책임'을 주제로 전 세계 120여개 나라에서 온 300여개 정당과 정치조직 지도자 600여명이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을 비롯해 왕후닝이 참석했으며 정치국 위원 가운데 딩쉐샹, 양제츠, 양샤오두, 천시, 황쿤밍, 차이치 등이 참석했다. 외교, 선전, 조직, 기율 등 당내 중요 핵심 인사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참석 인원의 규모나 면면을 볼 때 중국공산당과 세계정당 고위급 대화는 중앙대외연락부에서 주관하지만 사실상 국가를 대표하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규모 있는 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세계를 상대로 중국과 중국공산당이 뭔가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 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중국공산당 19대 '보고'에서 제기한 이른바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을 널리 선전하는 장으로 활용했다. 왕후닝이나 황쿤밍 등이 회의에 중요 멤버로 참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고위급 대화 기간에 중국은 별도로 제3회 중국-아프리카 정당이론 세미나, 제2회 중국-중앙아시아 정당 포럼, 제10회 중미 정당 대화 등을 개최했다. 중국이 전방위적인 당대당 외교를 심화하는 계기로 본 대회를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개최된 고위급 대화는 중국이 국내 중요 정치일정을 마무리하고 대외관계로 눈을 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이 투사하는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를 잘 읽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인 것이기도 하다.
중국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 개막식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손을 잡고 훨씬 더 아름다운 세계를 건설하자'는 주제로 연설했다. 중국이 가려고 하고, 하려고 하는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에 대해서 세계에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고위급 대화에서 중국공산당이 제시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에 대해서 각국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고 있다. 연초 다보스 포럼에서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한 인류운명공동체 논의를 중국 혼자가 아니라 세계 각국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중국과 세계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 인민이나 세계 국민들의 앞길과 운명이 둘이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심지어 중국은 이를 '하늘 아래 한 가족(天下一家)'으로 표현했다. 중국과 세계는 한 가족이기 때문에 두 팔을 벌려 서로를 품에 안고, 상호간에 이해하고, 같음을 취하고 다름을 놓아두고, 공동으로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가 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개방, 포용, 혜택, 균형, 공영의 경제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전 인류 공동 발전의 양호한 조건을 창조하고, 세계 각국의 발전과 번영을 공동 추동하고, 수많은 국가 민중들이 여전히 직면하고 있는 빈곤과 낙후를 공동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세계는 여전히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중국은 각국이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을 수립하고, 세계가 중국과 함께 계획하고, 함께 실천하고, 조금씩 노력하고 날마다 꾸준히 분투하면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생각을 세계에 널리 전파해야 하는데,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여전히 패권을 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중국이 보내는 신호와 그 신호를 바라보는 중국과 세계의 시선의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중국과 세계는 상호 보고자 하는 것만 보려고 할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그대로 봐주는 모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중국공산당은 당대회를 끝으로 이제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고 자신의 이미지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봐주기를 바라는 지점이 세계의 시선과 다를 수 있다. 중국은 이제 중국과 세계가 서로 매우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초로 서서히 세계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늘 아래 한 가족'이라는 중국의 말이 인류운명공동체로 향하는 출발점에서 중국이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우리도 중국이 신시대로 진입했다고 선언한 이상 새로운 시선이나 시각으로 중국의 움직임을 봐야 한다. 때로는 표리가 부동(表裏不同)한 측면으로, 때로는 표리가 동(表裏同)한 측면으로 복잡하고 중층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중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검토하고 행간을 읽어내고 맥락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에서 새로운 중국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의 생존과 번영은 이제 중국과 유리되어 홀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외국 모델을 '수입'하지 않고 또한 중국 모델을 '수출'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에게 중국 방법의 '복제'를 요구할 수도 없다는 중국에게 우리는 우리의 모델을 수출하고 우리의 방법을 복제하게끔 하는 당찬 자신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