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기존의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을 '조건부 부과' 형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인터넷은행은 당초 올해말까지 자동화기기(ATM, CD) 및 이체 등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는데, 앞으로도 이를 지속 적용하기에는 수수료비용 부담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이번주 중으로 수수료 유료 전환 모델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관계자는 "거래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적으로 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달 실거래 금액이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ATM 출금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일부 수수료 항목만 유료로 바꾸는 절충안도 고려되고 있지만 수익 개선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케이뱅크는
우리은행(000030), GS리테일의 자동화기기에 대해 입출금 수수료를 감면하고 있으며, 카카오뱅크는 BGF리테일, 롯데그룹을 비롯해 다른 은행의 기기에서의 입출금도 무료 수수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인터넷은행의 수수료 무료 혜택은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터넷은행이 발생하는 수수료를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구조다. 통상 시중은행은 수수료 비용을 수수료 수입으로 만회하지만 두 인터넷은행은 수수료 수입은 거의 없다. 거래가 많을수록 손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실제로 이들 인터넷은행은 과도한 판관비로 인해 지난 3분기에만 6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인터넷은행 출범 당시 올해 말까지 수수료 면제기간으로 설정했는데, 앞으로도 이를 계속 적용하기에는 수수료비용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소액거래 고객 수의 증가가 수익증가보다는 수수료비용의 증가로 연결되기 쉬운 구조로, 수수료 면제기간을 늘리면 2017년 적자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넷은행이 수수료 유료 정책으로 전환할 경우 고객 이탈이 우려되기도 한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수료를 받기 시작하면 일반은행들보다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인터넷은행 고객들이 수수료면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수수료가 부과되면 고객 이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고객 규모와 거래 금액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수료 유료 전환을 두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고객 수가 60만명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수수료 감면 범위가 넓지 않기 때문에 여유로운 편이다. 7월에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는 435만명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수수료 유료전환 관련 논의에 대한 결론을 내고 발표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의 현금인출기에서 인터넷은행 고객이 현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